[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연예계가 스타들의 '부캐릭터'로 뜨겁다. '부캐릭터'란 스타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자아다. 오랜 시간 활동했던 스타들에겐 신선함보다 친숙함이 더 크게 느껴지게 마련. 스타들은 '부캐릭터'가 가진 새로운 이름과 스타일링 등을 통해 지금까지와 다른 매력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며 신선함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익숙했던 스타들의 새로운 면모를 본 대중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연기자 활동을 할 땐 본명을 쓰는 가수 비(왼쪽)와 에릭.

■ 배우→가수, 이름 하나로 손쉽게 점핑

스타들의 부캐릭터 사용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부캐릭터'라고 정식으로 명명하진 않았지만, 가수에서 배우로, 또 희극계로 장르를 넘나들 때 스타들이 이름을 바꾸는 경우는 왕왕 있었다.

대표적으론 보보가 있다. 보보는 배우 강성연이 가수로 활동할 때의 이름이다. 1996년 MBC 25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강성연은 2001년 보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늦은 후회'는 당시 큰 인기를 구가하며 노래방 등 다양한 곳에서 사랑받았다. '늦은 후회'는 여전히 보보의 곡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강성연과 보보의 구분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은의 경우 원더걸스로 활동할 당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새로운 자아 핫펠트를 만들어냈다. 핫펠트는 통통 튀고 밝은 매력을 가진 원더걸스 속 스타 예은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담은 노래들로 대중에게 새롭게 각인됐다. 원더걸스 해체 후에는 본격적으로 핫펠트로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나 신화의 에릭처럼 가수로 먼저 데뷔한 이들의 경우 연기자로 전향할 때 본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의 경우 연기자일 땐 정지훈으로, 에릭은 문정혁으로 불린다. 가수들의 경우 자신이 하는 음악과 퍼포먼스, 콘셉트 등을 예명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잦아 이름만 이야기해도 특정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케이스가 많다. 비, 최강창민, 유노윤호, 디오, 아이유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연기자일 땐 배우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보단 극 속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는 게 중요하기에 본명을 내세워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부캐릭터 유산슬로 활동하고 있는 유재석.

■ 유산슬-카피추-둘째이모 김다비, 진화하는 부캐릭터

최근 들어 '부캐릭터'는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여러 이름을 가진 스타들이 그 이름이 모두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하고 상황에 맞게 사용했다면, 본격적으로 부캐릭터를 론칭한 스타들은 제 1 자아인 본체와 부캐릭터를 철저하게 구분한다.

개그맨 추대엽은 카피추라는 이름의 부캐릭터로 유튜브에서 크게 성공했다. 카피추는 어떤 노래든 뚝딱 만들어내며 절대 표절은 하지 않는 아티스트다. 산에서 자연인처럼 살고 있어 속세와 접촉이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세에서 유행하는 노래들을 기가 막히게 마치 작정하고 표절한 것처럼 자신의 노래에 이용한다는 점이 웃음 포인트. 카피추가 흥하자 여러 방송사에서 모시기에 나섰는데, 카피추는 추대엽을 아는 동료 방송인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도 철저하게 추대엽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으며 웃음을 줬다.

유재석의 경우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했다. 유산슬 역시 유재석과 철저하게 분리된 캐릭터다. 유산슬은 유재석이라면 나갈 일이 없었을 여러 행사 무대나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 등에 출연해 구성진 무대를 꾸미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활동 기간이 채 1년도 되지 않지만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등 히트 곡도 낼 수 있었다. 유재석은 데뷔 이래 신인상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유산슬이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유재석의 원을 간접적으로나마 풀어줬다.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신영.

개그우먼 김신영 역시 이 같은 트렌드를 읽고 자신의 부캐릭터인 둘째이모 김다비를 론칭했다. 힙색에 마이크를 넣고 다닐 만큼 노래를 사랑하는 둘째이모 김다비는 표준어를 쓰는 김신영과 달리 사투리로 이야기한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실제 김신영이 친척들 가운데 친근하게 느끼는 둘째이모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이 시대 젊은이들을 대신해 쓴소리를 하는 어른 캐릭터로 젊은 층에게도 소구하고 있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최근 소속사 CEO인 송은이에게 바치는 노래 '주라주라'를 발매했다. '주라주라'는 정갈한 4박 킥 리듬에 리드미컬한 기타 라인이 더해진 신개념 트로트다. 김신영이 직접 작사를 맡아 생업에 종사하는 모든 직장인들의 고충과 애환, 바람을 간절하게 풀어냈다. "입 닫고 지갑 한 번 열어주라", "회식을 올 생각은 말아라", "낄끼빠빠 가슴에 새겨주라",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같은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김신영이 김신영으로선 대표 송은이에게 차마 하지 못 하는 말을 부캐릭터인 둘째이모 김다비의 입을 통해 전달했다는 점도 많은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 비슷하게 래퍼 매드클라운과 같은 인물이라고 추정되는 마미손 역시 음원 사재기 풍자 등 매드클라운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노래들을 발표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소 조잡하고 어설퍼 보이긴 하지만, 부캐릭터들은 이처럼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하며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사진=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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