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강원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2020 K리그1’ 강원FC와 FC서울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OSEN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알레 성남~ 승리를 향해 달리고~ 승리를 향해 달리고~ 오~ 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분명 관중석엔 아무도 없었는데 응원 소리가 생생했다. 고개만 숙이고 있으면 운동장에 사람들이 가득한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숨어서 부르는 건가 싶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제서야 팬들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1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성남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2라운드 맞대결. 성남이 올 시즌 첫 안방경기를 펼쳤다. 김남일(43) 감독의 홈 데뷔전이다. 기다려온 순간이지만 팬들과는 함께할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매뉴얼에 따라 당분간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구단이 두 팔 걷고 나섰다. 기존 녹음돼 있던 함성을 구장 내 스피커로 틀었다. 소리는 거의 원음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서포터석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헷갈렸다. 장내 아나운서의 실제 멘트까지 더해 현장감을 제대로 살렸다. 아나운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선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을 유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수집한 팬들의 메시지가 관중석을 메웠다.

성남을 비롯해 많은 K리그 구단이 썰렁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앰프 활용은 기본이다. K리그2 안산 그리너스FC는 관내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자화상으로 응원석을 덮었다. 대구FC는 연고지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깃발 1만 개를 자리에 부착했다.

모두가 노력하는 와중에 최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나왔다. K리그1 FC서울이 17일 홈경기에서 일명 ‘리얼돌’로 불리는 성인용 마네킹을 관중석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번졌다. 서울은 18일 사과문을 게재해 “일부 제품에 성인용품 관련 회사와 성인방송 진행자 이름이 들어간 응원문구가 노출이 됐다. 변명 없이 저희 불찰”이라며 “다만 해당 제품은 성인용품과 연관이 없다는 걸 수 차례 확인했다. 의류나 패션업체를 대상 제품으로 소개 받았다”고 강조했다. 마네킹 납품업체는 현재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침묵하고 있다. 관련 내용이 외신까지 퍼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물론 서울이 악의적으로 저지른 행동은 아니다. 구단은 “코로나19 시대에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리는 만큼 조금이라도 재밌는 요소를 만들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고자 했다”고 밝혔다. 의도는 이해하나 결과적으로 아쉬운 판단이 됐다.

현재 K리그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시장이다. 코로나19 관련 매뉴얼을 아시아축구연맹(AFC) 46개 회원국에 소개하는 등 성공적인 방역 절차로 앞서가고 있다. 그만큼 보는 눈도 많다. 각 구단이 코로나19 시대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번 논란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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