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이환.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아기 독수리’ 김이환(20ㆍ한화 이글스)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 2년 차 신예 김이환은 올 시즌 초반 막강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일 오전 기준으로 2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 중이다. 1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이 백미였다. 6이닝 동안 7피안타 2탈삼진 1볼넷 1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롯데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맞대결을 펼친 그는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한 투구를 펼쳤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던 롯데 타선을 봉쇄했다. 시즌 첫 등판이던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1실점 했으나 승리요건이 날아간 김이환은 이날 팀이 2-1로 승리하면서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경기 뒤 한용덕(55) 한화 감독은 “김이환이 지난 경기에 이어 오늘도 마운드에서 어린 선수답지 않은 담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의 피칭을 했다고 칭찬하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이환은 지난 시즌 후반 1군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지난해 경험을 자양분 삼은 그는 한화 마운드의 미래로 쑥쑥 크고 있다. 김이환은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시즌 후반부터 꾸준히 선발로 나선 게 큰 도움이 됐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프로에 들어와서 1년을 해봤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이환은 구속이 아닌 제구력과 변화구로 타자들과 승부한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이환의 지난해 속구 평균구속은 시속 138.4㎞이다. 140km 이상의 평균구속을 기록한 경기는 2경기에 불과했다. 비시즌 김이환은 140km 초중반까지 구속을 늘리고, 변화구 제구력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발전 가능성이 보이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 그는 “작년에 구속이 생각보다 안 나와서 고민이 컸다.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순발력 훈련을 많이 했다. 작년보다는 조금 올라온 것 같은데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밝혔다.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역시 제구력이다. “저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어서 코너워크가 안 되면 맞아 나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항상 제구를 1순위로 생각한다. 아직은 커맨드가 부족하다. 체인지업, 커브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고 했다.

18일 기준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2위(2.78)를 달리고 있다. 특히 선발 평균자책점이 2.23으로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외국 투수 채드 벨(31)이 복귀하면 한화 선발진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벨이 복귀하면 국내 선발 중 한 명은 불펜으로 이동할 수 있다. 김이환은 “불펜으로 가도 똑같은 마음으로 던질 것이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겨도 긴장하지 않고 씩씩하게 던질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이환의 올 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선발로 성공하는 것이다. “무조건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계속 선발로 뛴다면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게 목표다. 승리도 중요하긴 하지만 어쨌든 운이 따라야 한다.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싶다. 평균자책점은 3점대로 낮추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성북구유소년야구단 시절 김이환.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제공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김이환은 KBO 리그 역사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선수다. 그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출신의 첫 프로선수다. 성북구유소년야구단에서 취미로 야구를 시작한 그는 당시 각종 유소년야구 대회 우승과 더불어 최우수선수상을 휩쓸며 남다른 잠재력을 자랑했다. 김이환의 은사인 황윤제 성북구유소년 감독은 "(김)이환는 유소년연맹 초창기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선수였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체격이 크고 힘도 좋았다. 구속도 빠르고 타격 실력도 좋아 4번 타자로 활동했다. 이렇게 좋은 선수로 성장해 감사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기존 엘리트 야구를 벗어나 공부하는 야구, 생활 속의 야구를 추구하는 유소년야구연맹 소속 꿈나무들에게 김이환의 활약은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상근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은 “(김)이환이가 지금 프로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유소년야구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환도 유소년야구연맹 소속으로 뛰고 있는 후배들이 자신을 보며 꿈을 키우길 바라고 있다. 그는 “어릴 때는 재미있게 즐기면서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또 저는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인성이 먼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배웠다. 후배들도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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