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韓, 코로나19 팬데믹에도 1분기 -1.4% 성장률로 선방
기업들, 정부 정책에 맞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주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재계 인사들과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개최, 6대그룹 총수, 경제단체장 등과 함께 경제활력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청와대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종식에 기약이 없는 가운데 한국의 방역과 대응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정부가 경제적 충격을 고려한 방역 대책을 세웠고, 기업들도 이에 협력하면서 'K이코노미'의 르네상스를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은 -1.4%를 기록했다. 2008년 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3.3%를 기록한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다.

G2인 미국 -4.8%, 중국 -6.8%,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 -1.9%, 스페인 -5.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까지 모두 줄었다. 민간소비가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 실질 GDP를 3.1%포인트 끌어내렸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0.2% 증가,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확대됐다. 정부소비도 물건비 지출을 중심으로 0.9% 늘었다. 정부소비는 작년 4분기 증가율이 2.5%에 달해 올해 1분기엔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충격을 완화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전망에 대해 GDP 증가율을 -3.0%로 전망했다. 선진국은 -6.1%, 한국은 -1.2%로 예측했다. IMF는 한국만 놓고 보면 22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과 비교하면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 방역과 경제 정책을 동시 추진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경 봉쇄정책을 펼치지 않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재정, 통화, 금융 조치 등의 경제정책을 병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요와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신속히 결정하고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며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이며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 간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 인적교류가 끊기고 글로벌 공급망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어 경제적 충격은 훨씬 크고 장기화할 수 있다.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단의 대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내놔야 한다. 유례없는 비상상황이므로 대책도 전례가 없어야 한다. 지금의 비상국면을 타개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제약도 뛰어넘어야 한다"며 "이것저것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주문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올렸고, 12일 만에 초고속 통과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경을 집행 코로나19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까지 세입경정 8000억원과 예비비 1조원을 제외한 1차 추경 9조9000억원 가운데 8조6000억원을 집행했다. 국회통과 이후 2개월 이내로 75%를 집행하겠다던 당초 계획보다 빨랐다. 그만큼 정부는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지난달 말에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이달 초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 목적예비비 지출안'을 포함한 대통령령안 11건, 일반안건 4건이 의결됐다.

이날 의결된 목적예비비 지출안에는 특수형태근로형태 종사자나 프리랜서를 비롯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고용 취약계층에게 생계안정을 위한 지원금을 150만원까지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간산업에 대한 조치도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조성의 법적 근거를 담은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이 지난달 통과됐다.

산은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고 재원은 채권 발행과 정부·한국은행의 차입금으로 조달하며 기금 채권(원리금)은 국가가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40조원 규모로, 지원 대상은 방위산업체, 외국인 투자 제한 업종, 비상대비 자원 생산업종, 국가 핵심 기술 보유 업종, 필수 공익사업 등이다. 국민경제와 고용안정, 국가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을 지원한다.

문 대통령은 "기간산업이 크게 위협받아 일시적 자금 지원이나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힘든 기업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을 넘어 출자나 지급보증 등 가능한 지원 방식을 총동원, 강력한 의지를 갖고 기간산업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공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기간산업안정기금 세부 운용 방안에 대해 "지원 대상은 항공, 해운 등 대상업종 내에서 총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 중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기업+α(일부 예외적 추가대상)"라며 "유동성 지원, 자본확충 등 기업 여건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할 방침으로 6월 중 실제 지원이 개시되도록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기간산업 협력업체(하도급 협력기업) 지원을 위해 1조원 범위에서 기금을 활용한 '협력업체 지원 특화프로그램'도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으로 기업 근로자수(5월1일 기준)의 최소 90% 이상을 기금지원 개시일로부터 6개월간 유지하는 일자리 지키기, 이익공유 측면에서 총 지원금액 10%는 주식연계증권으로 지원,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배당·자사주 취득제한 등을 내걸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각사 제공

기업들, 스마트 근무 체계 도입 등 정부와 발맞춰

기업도 정부와 발을 맞췄다. '당장 눈 앞의 이익만 쫓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신입사원 공개채용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공채시험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0~31일 양일간 4회에 거쳐 온라인 공채시험이 시행된다. 삼성전자 측은 "정부와 사회 각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동참하기 위함"이라며 "회사가 필요한 인재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처음으로 G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임직원에게 "정부 주도 대응체계에 적극 협조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임직원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며, 임직원 여러분이 안정적 일상을 누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재계에 따르면 업계에서 재택근무를 가장 먼저 실시한 곳은 SK다. SK 지주사와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재택근무를 연장하기도 했다.

특히 SK는 매일 오전 전(全)사원에게 코로나 관련 이슈(확진자 수, 사망자 수, 신규 확진자 동선 등)를 추려 메일로 발송해 구성원과 공유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화상간담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한 계기로 삼아달라"며 재택근무로 생활 패턴에 큰 변화가 생긴 워킹맘을 예로 들어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체계적인 워크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이 도입한 '스마트워크'는 일괄적으로 출퇴근 하던 기존과 달리 각자의 상황에 맞게 근무 시간을 설정하고 회의는 가급적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보고도 최대한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업무 효율 제고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를 '협력 시간(Co-Work Time)'으로 정해 회의나 보고, 협업이 필요한 일은 이 시간을 활용한다.

LG그룹은 코로나19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 임직원 안전을 위한 조치로 재택근무와 유연출퇴근제를 확대했다. 또 구광모 회장은 수시로 전략회의를 열어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 등도 격일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코로나19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 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존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며, 그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회장은 "지금은 위기를 돌파하고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도전 정신, 위닝스피릿(Winning Spirit)이 전 임직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며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의 전환, 빠른 실행력을 통해 임직원 모두 미래성장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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