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식음료 등 생필품 관련 매출 대폭 회복
화장품 등 일부 품목은 매출 부진 여전
사용기간 끝나는 8월 이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도곡시장 전경. /김호연 기자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하고 전통시장이나 먹자골목 등 소상공인이 밀집한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는 ‘꽁돈’이 소비자의 손에 주어지면서 이를 소진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서다.

지난 19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도곡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곳은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점포에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상인들도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숨통이 트였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반응이다.

한 마트에서 물건을 진열하던 종업원 A씨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확실히 많은 손님들이 가게를 찾고 있다”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월~3월 보다 매출액이 하루 평균 200~300만원까지 더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당장 필요한 생필품의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식자재와 가공식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고 샴푸와 비누, 세제 같은 생필품도 함께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도곡지장 입구 간판. /김호연 기자

역설적으로 일부 대형마트 내부에서 사용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A씨는 “집이 있는 화성시는 지역 특성상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대형할인점이 대부분인데 지역 소규모 점포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했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달리 서울지역은 일부 대형할인점 입점 점포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하다”고 대답했다.

일정 기간 동안 사용 후 잔액이 환불되도록 하면서 소비자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은편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가 한참 유행할 때보다는 장사가 잘 되고 있다”며 “요즘은 현금 보다 지역화폐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아 현금으로 계산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화장품·인테리어 등 일부 업종 매출 부진 여전

다만 식료품을 포함한 생필품과 다르게 화장품 등 뷰티용품과 가구·인테리어 관련 제품의 매출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찬가게 옆에서 화장품과 호떡을 판매하는 C씨는 “3월 이후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고 나서는 매출이 그대로다”며 “우리도 재난지원금 가맹점인데 손님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별 관심을 가져주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호떡 장사로 지나가는 손님들 붙잡고 그나마 버티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다 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재현 도곡시장 상인회장. /김호연 기자

이현재(66) 도곡시장 상인회장이 40년째 운영하고 있는 지물포의 매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고교 동문임을 자랑하던 이 회장은 “다른 점포들은 매출이 예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그런데 우리 가게는 오히려 예전보다 조금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우리 가게에선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주변 상인들이 좋아하니 그걸로 됐다”며 멋쩍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외식업 매출도 소폭 증가…유흥·오락시설 매출은 재자리걸음

저녁시간에 방문한 모란역 2번출구 앞 먹자골목. /김호연 기자

저녁시간이 되어 찾아온 성남시 모란역 인근 상권 역시 행인이 불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모란역 2번 출구 앞 먹자골목의 식당 상인 중 대부분은 매출이 상당 수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을 거의 다 소진할 7월부터 매출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가지고 있었다.

골목 입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D씨는 “재난지원금에 기간을 설정해두고 사용하도록 권장하다보니 오히려 손님이 예전보다 늘었다”며 “손 안에 있는 ‘꽁돈’이 갑자기 주어지다보니 빨리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재난지원금을 다 쓰고 나면 그때도 지금처럼 손님들이 찾아줄지 불안하다”며 “재난지원금도 임시 대책인 만큼 8월 이후의 대책도 정부가 빨리 마련해 주면 좋겠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노래방과 보드게임카페 등 유흥·오락 시설은 전통시장 인근과 마찬가지로 재난지원금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보드게임카페를 운영하는 E씨는 “여럿이 모여 앉아 게임을 즐기는 형태다보니 손님들 방문이 재난지원금 지급 전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대부분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손님들 발길은 여전히 끊긴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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