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모기업 두산그룹의 재정 악화 속에 매각될지 주목 된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모기업인 두산그룹이 다시금 '미라클 두산'을 재현할 수 있을까. 최근 두산그룹의 자구안이 야구계 안팎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그룹은 계열사와 자산 등 매각과 제반비용 축소 등을 바탕으로 최대 3조 원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역시 이례적으로 3년이라는 비교적 긴 구조조정 시간을 주며 두산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통한 정상화를 독려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매각 의사 없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유동성 지원을 받은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3조 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두산그룹은 사실상 돈 되는 자산은 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중 프로야구 원년 우승팀 두산 베어스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산그룹이 올해 갚아야 할 돈은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야구단 매각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룹 관계자는 "두산 베어스는 오비맥주를 매각할 당시에도 남겨 뒀을 정도로 상징성이 크다"며 "3조 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일년에 100억 원 정도 자금이 투입되는 야구단을 팔 이유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두산 베어스의 매각 대금을 1000억 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 베어스를 팔아도 자구안 마련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두산 베어스는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주)두산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지난해 매출이 580억 원, 영업이익이 32억6000만 원이었다. 매출액 중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관계사 매출은 162억 원이다. 

마케팅 효과가 큰 야구단을 포함해 두산그룹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두산인프라코어, 두산퓨얼셀 등을 지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두산 베어스보다 이미 매물로 나온 두산솔루스와 (주)두산 산업차량BG, 두산메카텍 등 계얄사 그리고 두산타워 등이 매각 후보군으로 묶인다. 

특히 두산타워 매각은 유력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두산타워는 지하 7층 지상 34층, 연면적 12만2530㎡(약 3만7000평) 규모로 지주사인 (주)두산 소유다. 1998년 준공되어 쇼핑시설뿐 아니라 그룹 본사사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상 18층까지 주차장과 쇼핑시설, 19층부터 34층까지 사무실이 자리한다. 부동산 업계에선 7000억 원을 웃도는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재정 악화를 겪고 있는 두산그룹을 어떻게 구원할지 주목 된다. 연합뉴스

◆ 야구단 매각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두산그룹이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앞으로 추이에 따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두산 베어스가 매물로 나온다면 어떤 과정을 거칠까. 야구단이 매각되려면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KBO총재와 구단 대표이사들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두산 베어스의 실제 매각 가능성을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부정적인 쪽에선 프로야구 제 9·10구단 창단 과정에서 보듯 야구단 운영을 희망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꼬집는다. 매수 후보층이 좁아 높은 실익을 얻기 힘든 만큼 두산그룹이 야구단 매각보다는 유지에 초첨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론도 있다. 두산 베어스는 서울 잠실을 연고로 하고, 1982년 원년 멤버로 두꺼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어 야구단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에서 6번이나 우승하는 등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에서도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연평균 100만 관중을 동원할 만큼 팬 충성도도 높다. 

채권단을 대신해 두산그룹을 실사 중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르면 이번 주 채권단에 실사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과 협의한 뒤 이르면 이달 중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두산 베어스 매각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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