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빈./넷플릭스 제공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아이스크림 소녀'라고 불렸던 아역배우 정다빈이 '인간수업'을 통해 성인 배우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 극 중 정다빈은 전자 담배를 즐기고 남자친구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서민희로 분했다. 아역으로서 대부분의 필모그래피를 채웠던 정다빈으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이에 대해 정다빈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평소에 욕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연습을 열심히 했다. 담배 같은 경우도 주변에서 걱정을 워낙 많이 해주다 보니 오히려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인간수업' 완성본 보니 어땠나.

"처음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봤는데 아직 다 내려놓지 못하고 보고 있다. 좋게 봐주고 관심 있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단순한 재미가 아닌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고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논란의 소지가 많은 작품이라 출연 결심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오디션을 통해서 참여하게 됐는데 그때는 대본이랑 캐릭터 같은 것들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한 상태여서 후에 처음 대본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성인이 된 지 두 달도 채 안 된 상태에서 보니까 '정말 현실에 이런 일이 있다고?' 하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다.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았고 무슨 내용인지 어려웠다. 몇 번이나 곱씹어보고 나서야 어떤 걸 의미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부담감은 있었지만 '인간수업'이라는 드라마가 현실 문제에 대해서 자각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했다"

- 참고했던 캐릭터가 있었나.

"촬영 전에 두, 세 달 정도 대본 리딩 기간을 가지면서 많은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했는데 그때 '창'이라는 영화를 추천받았었다. 그래서 그 후에 여러 영화를 찾아봤던 것 같다. 독립영화부터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같은 것들을 다 찾아봤다. 실제 인물들의 실제 인터뷰들도 찾아보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민희와의 벽을 깨려고 노력했다. 내가 벽을 깨고 다가가야 시청자분들도 민희에게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정다빈./넷플릭스 제공

- 벽은 깼지만 그래도 힘들었던 신이 있다면.

"처음 대본 받았을 때 감독님, 작가님, 모든 선배님들이 다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거라고 걱정했는데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니까 오히려 편했던 것 같다. 그래도 힘들었던 신을 꼽자면 첫 화에서 결박을 당하는 신이 조금 힘들었다. 첫 촬영, 첫 신이라 부담감이 컸고 어떻게 그려내야 할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깊게 빠지다 보니 더 어렵게 느껴졌다. 경험해보지 않았던 상황과 환경이어서 얼굴도 붉어지고 답답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촬영하기도 했다"

- 그래도 캐릭터에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미화시키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사실 캐릭터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고 상황만 이해했던 것 같다. 민희가 그렇게 하게 된 데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현실 때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 그럼 결국 '인간수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사회 문제에 대한 거라고 생각하나.

"선택할 여지는 있지만 그 선택에서 어떤 사람은 실수를 하고 어떤 사람은 잘못을 알고 잘못의 대가를 받는다. 모든 사람들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혹독한 대가를 결국 치르게 된다는 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때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

- 민희도 결국 대가를 치르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분들이 오지수, 배규리는 자기가 했던 일들에 대해서 대가를 치르는데 민희는 항상 옆에서 누군가 도와주고 옆의 사람이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고 했는데 상황이 그럴 뿐이지 민희도 결국은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사실 민희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연민이 들거나 불쌍해 보이지 않기 위해 연기하려고 했다"

정다빈./넷플릭스 제공

- 그럼 '인간수업'이라는 작품은 배우 정다빈에게 어떤 작품인가.

"'인간수업'을 만나면서 정말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다. 나라는 사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고 배우로서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배우고 성장하면서 했지만 '인간수업'은 성인이 되고 첫 작품, 첫 주연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담과 책임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정말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끝나는 게 아쉬워서 울었을 정도로 다 쏟아냈다. '인간수업'이 끝난 후에 나라는 사람도 많이 바뀌었고 생각하는 넓이가 더 넓어진 것 같다. 감사한 작품이다"

- 이제 20대의 시작인데 앞으로 어떤 작품들 하고 싶나.

"어렸을 때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준비를 잘해서 어떤 배역이 들어와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을 많이 해보고 싶다. 특별히 하나를 정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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