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한 박현경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국내 여자골프와 남자골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속에서 자체 기금으로 메이저대회 KLPGA 챔피언십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는 대회 개최가 번번이 미뤄지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자골프, 협회가 총대 멘 게 주효

박성현(3위)과 김세영(6위), 이정은(10위) 등 세계랭킹 ‘톱10’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고, 최종 4라운드에서 박현경(20), 임희정(20), 배선우(26)의 접전 승부가 펼쳐진 KLPGA 챔피언십은 대회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에 따르면 14일부터 17일까지 SBS골프가 생방송 중계한 KLPGA 챔피언십 평균 시청률은 0.646%(이하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로 집계됐다.

17일 최종 4라운드 시청률은 0.925%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6년 이래 KLPGA 대회 통틀어 최고 시청률 기록이다. 이날 오후 3시 20분에는 순간 시청률이 1.607%까지 치솟았다.

영어 해설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SBS골프 유튜브 채널은 약 16만 뷰를 찍었다. KLPGA 챔피언십은 코로나19 확산 여파 속에 전 세계 통틀어 사실상 가장 먼저 재개된 프로골프 대회라 해외 언론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KLPGA가 꾸준히 목표해온 투어의 글로벌화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다.

KLPGA 챔피언십의 성공 개최로 국내 여자골프 상황은 한층 숨통이 트이게 됐다. KLPGA는 20일 “2020시즌 3번째 대회인 제8회 E1 채리티 오픈(5월 29~31일)이 무관중 경기로 열린다”라고 전했다. 이어지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6월 5~7일), S-OIL 챔피언십(6월 12~14일), BC카드ㆍ한경 레이디스컵(6월 25~28일)도 예정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6월 18~21일)도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후원사들이 대회 개최를 조심스러워한 상황에서 협회가 총대를 멘 게 투어 정상화를 앞당겼다.

◆열악한 KPGA는 ‘사면초가’

반면 남자골프의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19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당초 6월 11일 개막 예정이던 제63회 KPGA 선수권을 8월 6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올해 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 KPGA 코리안 투어는 현재 6월 18일 개막 예정인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시즌 첫 대회로 계획돼 있다. 이 대회마저 열리지 못할 경우 7월 2일에서 5일까지 펼쳐질 부산경남오픈이 첫 대회가 된다.

앞서 15일에는 KGA가 주관하는 코오롱 한국오픈 개최가 취소됐다. KGA는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지역사회 추가 전파가 우려돼 부득이 취소를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958년 시작한 이 대회가 열리지 못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일각에선 KPGA도 KLPGA처럼 자체 기금으로 대회를 열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지만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적이다. 남자골프는 여자골프보다 관심이 턱없이 낮고, 후원하려는 기업이 적어 협회 재정도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고 대회 후원사 입장에서 총대를 메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대회를 처음 열었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후원사의 이미지는 크게 추락할 수 있으며 일정 부분 책임도 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후원사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기존에 열려던 대회 일정마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남자골프의 봄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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