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한동민.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장사’(壯士)들의 불방망이가 식을 줄 모른다. 시즌 초반부터 홈런공장이 쉼 없이 가동되면서 개인 40홈런은 물론 5년 만에 50홈런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시즌은 거포들의 수난시대였다. 지난해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KBO가 공인구 반발력을 하향 조정하면서 총 홈런수는 1014개였다. 2018시즌 1756개에서 약 43% 감소했다. 팀 타율 역시 2018년 0.286에서 2019년 0.267로 떨어졌다. 장타율은 0.450에서 0.385로 하락했고, OPS 역시 0.803에서 0.722로 내려갔다. 30홈런을 넘긴 타자는 33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박병호(34·키움 히어로즈) 단 한 명뿐이었다. 20홈런 이상 타자도 11명에 불과했다. 40홈런 타자가 5명이나 나온 2018시즌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62경기를 소화한 20일 오전 기준 홈런 수는 총 128개다. 지난 시즌엔 60경기에서 109개가 나왔다.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올해 총 홈런은 2019시즌 1014개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타고투저 현상이 정점에 달했을 때만큼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보다는 수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저반발 공인구에 대한 타자들의 적응력 향상을 홈런 증가의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자존심을 구긴 거포들은 겨우내 날지 않는 공에 대응하기 위해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는데 매진했다. 홈런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동민(31·SK 와이번스)은 "작년엔 너무 뒤에서 공을 친 것 같아 의식적으로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당겼다"며 "오른발 앞에서 친다는 느낌으로 배트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치용(41)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올 시즌 많은 타자가 손맛이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타자들이 저발발 공인구에 대한 적응을 끝났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 16일까지 터진 홈런 102개를 분석한 스포츠투아이의 자료를 보면, 홈런 타구의 평균 속도(시속 155.8㎞)와 평균 비거리(116.1m)가 지난해와 큰 차이 없지만, 타구추적시스템(HTS)에 찍힌 직선타(라인 드라이브) 속도(시속 141.2㎞)와 뜬공 타구 속도(시속 135.8㎞)는 지난해보다 약 3㎞ 이상 증가했다. 또한, 시속 150㎞ 이상의 강한 타구의 비율도 작년 22.4%에서 올해 27%로 4.6%포인트 올랐다.

KT 강백호. /OSE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개막이 3월 하순에서 5월 초로 늦어진 것도 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통계를 보면 기온이 올라가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상승하고, 타자들의 타율과 홈런 수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예년처럼 3월 말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던 투수들이 개막이 5월로 미뤄지면서 페이스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이강철(54) KT 감독은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개막이 늦어진 게 투수보다 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백호(21·KT)도 "개막이 늦어지면서 따뜻한 날씨에서 뛸 수 있는 것도 타자들에겐 도움이 된다. 날이 더우면 타자들이 조금 더 유리한 것 같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시기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날씨가 좋은 상태에서 개막해서 타자들이 유리하다. 100% 스윙이 가능한 기온이다. 투수들이 예민한데, 개막이 한 달 이상 밀리면서 컨디션 관리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홈런왕 다툼은 지난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경기까지 5개를 때린 프레스턴 터커(30ㆍKIA 타이거즈), 한동민, 로베르트 라모스(26ㆍLG 트윈스), 강백호가 1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비시즌 ‘벌크업’(체격 키우기)을 하며 장타력 향상을 꾀한 터커는 타이거즈 외인 최다 홈런에 도전할 태세다. 거포 본능을 회복한 한동민도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명예 회복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LG가 새롭게 영입한 라모스는 1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장외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무력시위를 펼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젊은 거포 강백호 역시 19일 경기서 대형 아치를 그리며 생애 첫 홈런왕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고있다. 

홈런왕 ‘유경험자’ 김재환(32ㆍ두산 베어스)과 박병호, 그리고 리그 대표 거포 나성범(31ㆍNC 다이노스)과 전준우(34ㆍ롯데 자이언츠) 등도 홈런왕 레이스에 언제든 합류할 수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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