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입자' '뜨거운 피' 포스터.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베스트셀러 작가 출신 신인 감독들이 데뷔작을 들고 관객을 찾는다. 영화 ‘침입자’부터 ‘뜨거운 피’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영화감독으로 신고식을 치를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 펜에서 메가폰 잡는 작가들

영화 '침입자'를 연출한 손원평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 동안 소설가들은 통상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각본, 각색가로 참여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감독으로서 직접 메가폰을 잡고 현장을 지휘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차례 개봉을 미루다 6월 4일 개봉을 확정한 ‘침입자’는 ‘아몬드’로 국내에서 4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손원평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스토리를 담은 작품으로 여러 비극적 상황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해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번역소설 부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아시아권 작품 최초로 1위에 올랐다.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소설을 쓴 손원평 작가가 영화를 통해 보여줄 재능에도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손원평 감독은 “우리에게 가까운 것일수록 무서운 것이기 때문에 그런 주제를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이 연출작 ‘뜨거운 피’를 들고 데뷔한다. 대표작 ‘고래’ ‘고령화 가족’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등을 통해 인간의 군상을 적나라하게 그린 스타 작가다.

‘뜨거운 피’는 천명관 감독이 쓴 작품이 아닌 동료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부산의 변두리 구암에서 나고 자란 한 남자(정우)가 생존을 위해 조직 간의 치열한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영화다. 정우 외에도 김갑수, 최무성 등이 캐스팅돼 촬영을 모두 마쳤다.

정우는 “정우는 ‘뜨거운 피’에서 희수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큰 행운이었고 행복했다. 천명관 감독님이기에 이 작품을 했다”라며 천명관 감독의 실력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 ‘제 2의 이창동’ 탄생할까

영화 '뜨거운 피' 스틸./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이처럼 스타 작가들이 충무로로 영역을 확장한 가운데 ‘제 2의 이창동’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이창동 감독은 본래 소설가 출신이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전리’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2년에는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한국일보 창작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1993년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로 각본과 조연출을 담당하며 영화계에 몸을 담그게 됐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로 각본상을 받았으며 1997년 ‘초록물고기’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세심한 통찰과 따뜻한 시선을 담으며 국내를 비롯해 해외 영화계에서 극찬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 이후 작가 출신 감독의 활약을 찾아볼 수 없었던 만큼 손원평, 천명관이 낼 성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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