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패 탈출 후 기쁨을 나누는 SK 선수들. /OSEN

[고척=한국스포츠경제 이정인 기자] SK 와이번스가 긴 터널을 빠져 나왔다. 11경기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SK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2차전에서 5-3으로 이겼다. 시즌 2승을 올린 SK는 2승 11패가 됐다. 2연승을 마감한 키움은 8승 6패를 기록했다.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결과다. SK는 이날 경기 전까지 10연패를 기록했다. 7일 문학 한화 이글스전부터 내리 열 번을 졌다. 2000년 창단 이후 최다 연패인 11연패의 불명예를 쓸 위기였다.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가장 괴로워했다. 총체적 부진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더 답답했다. 그럴 지켜보는 염경엽 감독도 괴롭긴 마찬가지. 경기 전 만난 염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가슴이 아프다"면서 "열심히 하는데 잘 안 풀리고 있다. 지금 상황에선 제가 특별한 얘기를 하기보다 시즌 시작하기 전부터 한 것들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SK 선수들은 이날 더그아웃에서 동료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응원과 독려가 섞인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1승을 향한 간절함이 느껴졌다.

출발은 불안했다. SK는 선발 박종훈이 1회부터 김하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선제점을 내줬다.

공수교대 뒤 바로 따라 붙었다. 2회 초 1사 1,2루서 김성현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균형을 맞췄다. SK는 3회 기세를 이어가며 스코어를 뒤집었다. 3회 초 2사 후 제이미 로맥이 천금 같은 역전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승리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선발 박종훈이 5회 말 급격한 난조를 보이며 이정후에게 1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폭투로 1점 더 내주며 허무하게 역전을 헌납했다.

결승타를 기록한 남태혁. /OSEN

그러나 SK의 연패 탈출을 향한 의지는 강했다. 타선의 힘을 앞세워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6회 초 선두타자 로맥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한동민이 우전안타를 때려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후속타자 남태혁이 적시타를 터뜨려 로맥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계속된 1사 만루서 김창평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한동민이 홈을 밟아 역전에 성공했다.

리그에서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7.97)을 기록 중인 SK 불펜도 이날은 짠물투를 펼치며 키움의 추격을 저지했다. 6회부터 마운드를 이어 받은 좌완 김정빈은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서진용도 2이닝 1피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운명의 9회. 마무리 하재훈이 등판했다. 하재훈은 선두타자 이지영에게 우전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다. 그런데 2루수 김창평이 다이빙 캐치로 공을 잡고 빠르게 1루로 송구해 아웃시켰다. SK 선수들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호수비 덕에 어깨가 가벼워진 하재훈은 대타 박동원을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다음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하성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고 승리를 지켜냈다. SK가 아주 오랜만에 이겼다.

경기 뒤 염경엽 감독은 “연패 기간 선수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 연패를 끊기 위해 단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은 경기 이런 단합하는 모습과 함께 좀 더 편안하고 당당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경기 내용이 안 좋은 가운데도 열렬히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한 남태혁은 “연패 기간 동안 팬들이 야구장에 오지 못하고 중계를 보셨는데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앞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원래 SK의 위치를 찾아가겠다. 야구장에 오시기 전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고척=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