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남태혁. /OSEN

[고척=한국스포츠경제 이정인 기자] SK 와이번스가 간절히 원했던 난세 영웅이 드디어 나타났다. '2군 본즈' 남태혁(29)이 비룡군단을 10연패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남태혁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2차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남태혁의 깜짝 활약에 힘입은 SK는 5-3으로 승리하며 지긋지긋한 10연패에서 벗어났다. 

남태혁은 고교시절 거포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제물포고등학교 시절인 2009년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태평양을 건넜다. 하지만 2012년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6년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로 KT 지명을 받아 KBO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2018시즌을 마치고 전유수와 맞트레이드돼 SK에 합류했다. 지난해엔 12경기에서 타율 0.227(22타수 5안타)에 그쳤다.

남태혁은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지 못했다. 2군에서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스프링캠프 귀국 후 열린 청백전서 1군의 부름을 받은 그는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8타점 장타율 0.543로 눈도장을 찍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남태혁은 2군에서 타율 0.368 3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무력 시위를 펼쳤다. 14일 1군에 콜업 된 남태혁은 이날 경기 전까진 2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러나 모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이날 경기에선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이날 키움 좌완 선발 이승호를 겨냥해 선발 출전한 남태혁은 2회 첫 타석에서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4회 3루수 땅볼로 물러난 그는 6회 초 무사 1,2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7회 초에는 팀이 한 점 더 달아날 수 있게 한 천금 같은 적시타를 때려냈다. 7회 초 2사 1, 2루에서 남태혁이 1타점 우전 적시타로 또다시 로맥을 홈으로 불러들여 5-3을 만들었다. 

경기 뒤 만난 남태혁은 "첫 타석에 행운의 안타가 나오면서 잘 풀린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머지 타석에서도 자신감이 생기면서 결과가 잘 나왔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SK 선수들은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를 보내고 큰 소리로 격려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남태혁은 "연패 기간에도 팀 분위기는 좋았다.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결과가 안 좋은 쪽으로 나왔을 뿐이다. 선수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올라갈 팀이기 때문에 준비 잘해서 분위기 이어가자고 했다. 분위기는 잘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남태혁은 대뜸 취재진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팀이 연패를 하는 동안 팬들은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같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원래 SK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야구장 오시기 전까지 꼭 응원 부탁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단단한 각오가 느껴졌다. SK도 남태혁도 이제 시작이다.

고척=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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