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비·수출·고용 3대 고용지표 급락…험로 열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적자 기업이 속출하고, 경기 지표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은 국내에선 점차 잠잠해지는 모습이지만, 경기 회복 혹은 반등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전 세계적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어 사실상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의 경우 쉽사리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활로는 없을까. 재난에 버금가는 상황일 때마다 합을 맞춰왔던 노사정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 당시 노사정은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미 사회적인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이다. 강성으로 분류됐던 현대차 노조는 먼저 임금 동결을 주창하고 나섰다. 코로나19에 따른 업계의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기업과 노동계 모두 '가시밭길'

코로나19로 영향으로 소비, 수출, 고용 등 경제지표가 모두 급락했다. 경기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5월호'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업(-32.1%),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45.9%) 등이 급감하며 5.0% 줄었다. 제조업 역시 수출 물량 감소로 4월 계절조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전달(56)에 이어 49로 하락했다.

소비도 더욱 위축됐다. 3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8.0% 줄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70.8로 전월(78.4)보다 감소하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모든 품목과 지역에서 급감했다. 4월 수출금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3% 감소했고 일평균 수출액도 17.4% 줄었다. 지난 3월의 수출금액(-0.7%)과 일평균 수출액(-6.9%)의 감소폭보다 훨씬 악화됐다. 이달에도 반전은 없었다. 이달 1∼20일 수출액은 20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51억8천만달러)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자 주요 기업의 실적도 '역대 최악'을 가리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적자 566억원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2082억원의 손실을 봤다.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 부문도 타격이 컸다. 현대자동차는 1분기 글로벌 판매(도매)는 90만3371대로 작년 1분기보다 11.6% 줄었다. 순이익은 5527억원으로 40% 넘게 감소했다.

쌍용차는 코로나19 확산 후 판매가 줄면서 1분기 98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용위기 징후도 이젠 뚜렷해졌다. 3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만5000명이 줄었다. 직전월(49만2000명)의 증가세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서비스업(31만4000명 감소)이 직격탄을 맞았고, 제조업(2만3000명 감소), 건설업(2만명 감소) 등에서도 부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고용시장에 최대 33만3000명에 이르는 신규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 전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노사정 협력인가

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으로 노사정 협력이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이들은 재난에 버금가는 상황일 때마다 힘을 모아왔고, 이로 인한 성과도 분명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노사는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라는 결과를 도출해 냈고, 정부는 이들에게 세재혜택을 줬다.

임금을 삭감해 고용을 유지한 중소기업에 대해선 임금삭감분의 50%를 손비로 인정하며 법인세 부담을 낮춰줬다. 또 임금이 삭감된 노동자에 대해선 삭감 임금의 50%를 근로소득세를 계산할 때 소득공제를 해줬다.

당시 노동계는 임금 동결·반납 또는 삭감을 받아들였으며, 경영계 역시 해고를 자제했다. 이렇게 되면서 기업은 고용보장과 신규채용까지 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극단적인 위기감이 감지되면서 이번에도 노·사·정이 모였다. 지난 2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개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동계 대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영계 자격으로 참여했다. 정부 측에서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가 참여했고, 옵서버 자격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도 동석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이다.

다만 합의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노동계는 총고용 보장과 해고금지·고용보험 확대 적용을, 경영계는 사정에 따라 고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고용 유연화를 주장하는 등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영계로서도 노동계로서도 큰 양보가 필요한 상태다. 

특히 이번 원포인트 대화 테이블에는 노동계에서도 '강성'으로 평가받는 민주노총이 참석하는 만큼, 경영계의 목소리가 반영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현대차 노조는 먼저 임금 동결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민주노총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해고금지 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현 시기의 사회적 책무이자 기초적인 정책 지표로, 교섭 공간에서의 주고받기식 성격이 아님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는 경영계의 고용 유연화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입장이다.

이에 노사 양측간 조금씩 물러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노사협력의 필요성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경제 지표가 금방 회복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며 "경영계도 노동계도 피해가 컸기 때문에 각자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겠지만, 제살을 깍는 셈이지만 노사가 적극적으로 타협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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