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1승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네요.”

SK 와이번스가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SK는 2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8-5로 승리하며 10연패에서 탈출했다. 7일 문학 한화 이글스전부터 시작한 10연패 늪에서 벗어나며 약 2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창단 최다 연패인 11연패(2000년) 문턱에서 가까스로 멈춰 섰다.

연패 기간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람은 염경엽(52) 감독이다. 연패가 길어지며 사령탑인 염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불면의 밤이 이어졌다. 평소 달변가인 그도 말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패배가 계속돼도 염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연패의 책임을 온전히 자신에게 돌리며 선수들을 감쌌다. 그는 지긋지긋한 10연패를 끊은 뒤 “연패 기간 인생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손차훈(50) 단장도 염 감독 못지않게 마음을 졸였다. 연패를 끊었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감독실을 찾아간 손 단장은 주위를 물리고 염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경기 후 만난 손 단장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보다 축하 문자를 더 많이 받았다”고 활짝 웃었다.

연패 기간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지난주 LG 트윈스와 원정경기 후 고참 선수들은 맥주를 들고 염 감독의 방에 찾아갔다. 감독을 위로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염 감독이 어린 선수들의 야간훈련 보기 위해 방을 비운 상태여서 ‘맥주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중에 이 얘기를 들은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크게 고마워했다. 연패 기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서로를 향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 이날 경기 후 선수들은 자신들을 믿어준 코칭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남태혁(29)이 ‘난세 영웅’이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2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거포 기대주’는 팀이 가장 필요할 때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연패 탈출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그는 "연패 기간에도 팀 분위기는 좋았다.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결과가 안 좋은 쪽으로 나왔을 뿐이다. 선수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올라갈 팀이기 때문에 준비 잘해서 분위기 이어가자고 했다. 분위기는 잘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남태혁은 수훈선수 인터뷰가 끝날 때쯤 대뜸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팀이 연패하는 동안 팬들은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똘똘 뭉쳐서 원래 SK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야구장 오시기 전까지 꼭 응원 부탁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박종훈(29)은 5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위기 관리능력을 발휘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날 승리로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통산 50승을 기록했다. 자신이 가장 믿고 따랐던 손혁 감독 앞에서 올린 승리여서 더욱 값졌다. 경기 후 가장 먼저 “연패 기간 마음고생 하신 감독님께 감사하고 죄송하다. 주장으로서 여러 가지로 힘들었을 (최)정이 형과 김강민 선배를 비롯한 고참 선배들에게도 고생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 팬 여러분께도 감사하고 죄송하며,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해서 SK다운 경기를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