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삼성서울병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각종 영화제가 무관중 개최나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유수의 영화제들이 축제를 이어가기 위한 고육책을 짜고 있는 모양새다.

■ 온라인 상영·무관중 개최..다양한 방안 모색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오는 28일부터 열흘 간 열리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온라인 중심의 ‘무관객 영화제’로 치러진다. 심사상영과 온라인 상영으로 영화제를 꾸린다. 이후 6월9일부터 9월20일까지 주요 상영작을 관객에게 공개하며 장기 상영회를 개최한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관객과 영화인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영화제’라는 형식적 실험으로 진행된 이번 영화제는 개·폐막식은 열리지 않고 현장에는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등 각 경쟁부문 심사위원과 초청작 감독 등 최소 인원만이 참석한다. 관객 없이 영화제가 열리는 건 국내 최초다.

일반 관객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상영은 제작사와 감독의 동의를 구한 작품에 한해 상영된다.

6월 9일부터 극장에서 열리는 장기 상영회는 9월 20일까지 석 달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창작자들이 심혈 기울인 영화가 관객과 만나지 못하게 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장기 상영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한 영화제 ‘시네광주 1980'은 서울시와 광주시 공동 주최로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영화제는 코로나19 예방과 생활 속 거리두기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꽃잎’ ‘박하사탕’ ‘김군’ 등 장·단편 15편과 20세기에 자행된 국가폭력·민중의 저항을 다룬 해외 장편영화 3편, 민주화 항쟁을 다룬 국내외 VR영화 5편 등 60여 편이 네이버TV를 통해 순차적으로 상영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기독교를 주제로 영화를 소개하는 제17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다음 달 2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온라인 개최가 아닌 좌석 띄어앉기로 대면 행사를 치른다. 영화제 측은 “관람객 수 제한과 상영 전 후 철저한 방역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평창국제영화제 포스터.

6월 18일 개막하는 2020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대면 행사로 진행된다. 야외 상영을 대폭 확대하고 대관령면 횡계리 문화 공간을 활용한 대안 상영관을 마련했다. 월정사에서 하는 ‘산사 상영’, 용평리조트에서 진행하는 ‘피크닉 상영’ 등이 그 예다.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는 정부의 지자체 및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진행될 것이다”라며 “사람들과 접촉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과 전시, 이벤트를 제외했으며 대안 상영관과 야외상영관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거리두기를 최대한 지키겠다”고 밝혔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7월 9일 개막을 앞두고 영화제 세부 계획을 수정 중이다. 행사 축소와 운영 방식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이태원 사건 등 코로나19 관련 이슈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리 없는 진행..영화계 활기 찾을까

지난 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제로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오는 10월 개최를 앞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화제 개최 25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행사 강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계속 변하기도 하고 10월에 열리는 영화제라 아직 뭔가를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정상개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개최되는 영화제들은 일정에는 큰 변동 없이 열릴 전망이다. 6월 3일 열리는 제56회 대종상영화제는 참여 인원에 제한을 두고 치러진다. 같은 달 5일 열리는 제56회 백상예술대상은 무관객으로 열린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정부는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했다. 재난지원금을 전국의 모든 극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처럼 정부와 극장이 관객 동원에 힘쓰는 가운데 조용히 치러지는 영화제가 관객 가뭄으로 메마른 영화계에 활기를 띨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