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근우(왼쪽)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 KT 포수 장성우를 피해 홈플레이트를 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닮아도 너무 닮았다. 오심 심판부터 태그업 아웃까지 빼다박았다.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주말 3연전의 마지막 3차전에서 정근우의 태그업 아웃과 2006년 WBC 미국과 일본 경기서 나온 태그업 아웃을 두고 하는 말이다. 

4-4 동점이던 3회말 1사 1·3루에서 LG 8번 타자 유강남이 우익수 뜬공을 쳤다. 타구는 외야로 뻗어 나갔고 KT 우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포구했다. 동시에 3루주자 정근우는 태그업 뒤 홈을 향해 질주했다. 로하스의 송구는 부정확했고 정근우는 포수 장성우를 피해 홈플레이트를 스치며 환호했다. 최수원 구심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고, LG 선수단과 정근우를 박수를 치며 역전을 기뻐했다. 

상황은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KT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후속 타자 오지환과 승부에 앞서 3루로 공을 던졌다. 잠시 후 이기중 3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정근우의 쇄도 시점이 로하스의 포구보다 빨랐다는 게 이기중 3루심의 판단이다. 결국 LG의 다섯 번째 득점은 인정 받지 못했고, 이닝을 그렇게 끝났다. 류중일 LG 감독은 즉각 항의에 나섰고,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KBO리그 규정상 태그업 플레이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닌 만큼 심판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류중일 감독도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옮겼다.  

2006년 WBC 당시 오사다 하루(왼쪽) 일본 감독이 밥 데이비슨 3루심의 태그업 아웃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근우의 태그업 아웃 논란과 비슷한 상황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있었다. 2006년 3월13일(한국시각) 열린 2라운드 1조 미국과 일본 경기. 3-3 동점을 이루고 있던 8회 일본은 1사 만루 찬스를 맞았다. 타석에 들어선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좌익수 뜬공을 쳐 3루주자를 불러들였다. 4-3. 일본이 균형을 깨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러나 일본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3루심 밥 데이비슨이 3루주자 니시오카 츠요시가 좌익수가 공을 잡기 전에 홈으로 뛰었다는 판정을 내리며 아웃을 선언했다. KBO리그와 달리 당시 WBC의 비디오 판독 대상에는 태그업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판정은 비디오판독 끝에 오심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결정적 오심으로 전의를 상실한 일본은 9회 역전패하며 남은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야만 했다. 

오심 논란에 휩싸인 심판이 내린 판정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정근우의 태그업 아웃 판정을 내린 심판조는 시즌 초반 이용규(한화)의 작심 발언으로 불거진 스트라이크존 논란으로 2군에서조정 기간을 가진 조이기도 하다. 2군에서 조정 기간을 거치며 쇄신 의지를 보였지만 이날 판정으로 또다시 입길에 휩싸이게 됐다. 

미국과 일본전에서 태그업 아웃 판정을 했던 데이비슨 심판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희대의 오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06년 6월12일 카프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의 3루심으로 나선 데이비슨 심판은 2회 원정팀 탬파베이의 무사 1,3루 찬스 상황을 3중살로 날려버리는 판정을 했다. 

러셀 브래넌이 친 중견수쪽 뜬 공에 3루주자 허프는 홈으로 쇄도했고, 캔자스시티 중견수 데이비드 드헤수스는 홈으로 송구했다. 그런데 공은 포수 머리 위로 넘어갔고 백업을 하던 투수 스콧 엘라튼이 그 공을 잡아 2루로 뿌렸고 1루주자 발델리는 2루에서 아웃됐다. 상황은 1득점에 아웃카운트 2개가 추가되는 것으로 종료되는 듯 했지만 데이비슨 심판은 3루 주자 허프가 포구 전에 쇄도했다고 보고 아웃을 선언했다. 탬파베이는 석연찮은 3중살로 무사 1,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날 나온 3중살은 탬파베이 구단 사상 첫 트리플 플레이다. 결국 경기는 캔자스시티의 8-2 승리로 끝났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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