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왼쪽)과 박성현. /현대카드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박)성현 언니의 강점은 장타력이다. 단점은 없다.” (고진영)

“(고)진영이의 강점은 우승권에 있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한다.” (박성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3위 박성현(27)이 2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마주했다.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이 열리기 전 기자회견에서 둘은 서로를 높이 평가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고진영과 박성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던 시절 소속팀 넵스 골프단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후 올 시즌 매니지먼트사 세마스포츠마케팅에서 다시 함께 하게 됐다. 둘은 모자 중앙에도 공통적으로 ‘솔레어(solaire)’라는 로고를 달았다.

명실상부 ‘세기의 대결’이었다. 고진영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차지했고 박성현은 2017년 그 상의 주인공이었다. 정교한 아이언샷이 주특기인 고진영과 공격적인 장타가 장기인 박성현이 벌인 이날 맞대결은 상금이 걸린 각 홀에서 타수가 낮은 선수가 상금을 가져가는 매치플레이 '스킨스 게임' 형식으로 진행됐다. 총상금은 1억 원은 경기 후 선수들이 지정한 기부처에 자선기금으로 기부됐다. 고진영은 밀알복지재단에, 박성현은 서울대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각각 상금을 기부했다.

고진영과 박성현은 경기에 앞서 전략, 각오를 전하는 자리에서 숨겨놓은 승부욕을 드러냈다. 고진영은 “매치플레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별로 없고 여태까지 매치플레이에서 잘한 경험도 없다”라면서도 “제 강점은 모든 부분을 꾸준하게 보통 수준으로 하는 것인데 전략이 없는 게 전략이다. 오늘 경기 집중해서 잘 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성현은 “평소 좋아하는 매치플레이 땐 공격적으로 플레이 하게 된다”며 “21세 때부터 지금까지 혼자 훈련해왔다. 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골프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한방을 노리겠다”고 받아쳤다.

경기 전 다소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경기에 들어서자 팽팽한 신경전으로 바뀌었다. 박성현이 1번홀에서 상금 200만 원을 가져갔고, 2번홀은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이어진 3개홀에선 고진영이 앞섰다. 3번홀(400만 원)과 4번홀(200만 원), 5번홀(200만 원)에서 잇따라 상금을 따냈다.

6번홀부터 다시 박성현이 거센 반격에 성공했다. 6번홀에서 200만 원을 가져간 박성현은 7번홀과 8번홀에서 총 800만 원을 더 수확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9번홀에서 승부나 나지 않으며 전반엔 박성현이 리드를 잡았다.  

라운드 후반에 들어서면서 다시 고진영이 기세를 올렸다. 고진영은 10번홀에서 홀상금 400만 원과 이월 상금 400만 원까지 총 800만 원을 따내며 재역전을 성공했다. 11번홀과 12번홀 무승부 후, 13번홀에서 홀상금 600만 원과 이월상금 1800만 원까지 총 2400만 원을 거머쥐면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위기 상황에서 박성현의 집중력이 빛났다. 박성현은 14번홀과 15번홀에서 총 1200만 원을 가져가며 추격에 성공했고, 16번홀에서는 무승부로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고진영이 찬스홀로 지정한 17번홀에서 승리하며 무려 2600만 원을 거머쥐어 재역전을 이뤘다.

상금 스코어 5000만 원-4000만 원으로 박성현이 리드를 잡고 마지한 마지막 18번홀에서 반전이 있었다. 고진영이 그림 같은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상금 1000만 원을 따냈다. 상금 스코어가 5000만 원-5000만 원으로 균형이 맞춰졌다. 현대카드 슈퍼매치는 그렇게 사이 좋게 훈훈한 기부 대결로 매듭지어졌다.

경기를 지켜본 현장의 한 관계자는 “이벤트 매치로 치러줬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이벤트 매치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의 명승부가 펼쳐졌다”며 “고진영의 경우 캐디인 KLPGA 선수 양채린(25)과 틈틈이 대화를 나누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선보였다. 반면 박성현은 보다 목표를 향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며 캐디와 말도 아꼈다. 각각의 플레이 스타일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인천=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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