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다자·양자간 FTA 등으로 글로벌 협력사슬 강화
[포스트 코로나] 다자·양자간 FTA 등으로 글로벌 협력사슬 강화
  • 권혁기 기자
  • 승인 2020.05.25 11:05
  • 수정 2020-05-25 11:09
  • 댓글 0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 "'포스트 코로나 신통상전략' 수립"
노석환 관세청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FTA 주요 수출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관세청 제공
노석환 관세청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FTA 주요 수출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관세청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오히려 다자 또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등 글로벌 협력사슬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있다. 미국 당국은 '화웨이 고립'을 위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에게 '반(反)화웨이 전선'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법인 고위 관계자를 불러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의 일부 정치 세력이 중미 관계를 신냉전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점"이라며 "중미가 서로 다른 사회제도와 다른 문화 배경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세계경제의 다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견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에서는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 겸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미중 일변도의 세계 경제 흐름을 다극화하는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북방·신남방 국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철도 공동망 비전, 한중 국제협력 시범구 추진, 한러 투자펀드 출범 등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동북아지역 협력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통해 자유무역질서를 회복하고 신남방·신북방정책을 가속화해 경제협력을 다변화하며 코로나 위기 극복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포스트 코로나 신통상전략'

정부 역시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한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다수의 국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기 전부터 국경을 폐쇄하고 문을 걸어 잠갔다.

미국·호주·싱가포르·과테말라·베트남·이탈리아·파키스탄 등 여러 국가들은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하거나, 외국인의 입국 자체를 제한했다.

그러나 한국은 '개방 경제' 기조를 유지했다. 대신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참여를 독려해 방역과 경제 위기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정부는 이러한 포괄적 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신통상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0일 '포스트 코로나 신(新)통상전략'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 과정에서 경제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세계화를 이끌던 다자체제의 위기로 각국이 각자도생식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가안보를 명목으로 무역·투자 제한조치가 여러 분야로 확산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새로운 도구로 부상하면서 안보와 통상의 경계도 사라질 것"이라며 "이러한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신통상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방 경제 기조는 유지하되, 중견국 간 공조를 통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글로벌 무역질서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31일 유럽연합(EU)에서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이행한 영국은 미국과 1차 FTA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무역이 필수"라며 "미국과의 FTA는 기업들의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 전반에 힘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렉시트와 코로나19로 발생한 위기를 영·미 양자 무역협정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전국민인민대표대회에서 "다국적 교역체제를 보호할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와도 FTA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석환 관세청 청장은 지난 22일 서울본부세관에서 삼성전자·LG전자·SK이노베이션·대한한공·쌍용자동차 등 주요 수출입기업 13개사와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산업별 어려움을 청취했다.

참석 기업들은 FTA 활용을 위한 기업 맞춤형 교육 요청, 관세 납기연장, 관세환급 증빙서류 간소화, 정기 기업심사 탄력적 운용, 모바일 보세운송시스템 도입 등 관세행정 분야에서 25건을 건의했고, 노 청장은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계 CEO 중 최초로 중국을 직접 방문한 가운데 향후 대기업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각사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계 CEO 중 최초로 중국을 직접 방문한 가운데 향후 대기업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각사 제공

'위기를 기회로'…재계, 코로나19에도 글로벌 협력 강화

코트라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자 현지시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포스트 코로나19 중국 유망 상품, 유망 서비스'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국 비즈니스 생태계는 ▲비대면 비즈니스가 중심이 된 '언택트 경제' ▲모바일·인터넷으로 연결된 '디지털 경제' ▲기업 경쟁과 생태계 재편이 가속화되는 '플랫폼 경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봤다.

향후 중국 유망분야로 'H.O.M.E.'을 제시했다. ▲건강·방역에 대한 인식 제고로 떠오른 '헬스케어(Healthcare)'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된 '온라인(Online)' ▲방역 과정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이 검증된 '무인화(Manless)'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홈코노미(Economy at Home)'가 미래시장을 예측하는 열쇠로 지목됐다.

재계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삼성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재계 CEO 중 처음으로 중국을 직접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후 후허핑 산시성 당서기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유럽 선사들로부터 잇달아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유럽 선사로부터 15만8000톤급 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1500억원에 수주한 데 이어, 2주 만에 22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의 건조계약을 따냈다.

GS건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0일 철도기술연구원과 협업해 5500억원 상당의 싱가포르 철도시험선로 공사를 수주했다.

SK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초대형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플랜트의 FEED(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92억원 규모로 이번 FEED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글로벌 PDH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LS전선은 이달 12일 미국 중북부 미시간호에 1970년대 설치한 노후 해저 케이블을 2021년까지 교체, 미시간주의 전력 수급을 안정화 하는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해당 계약은 660억원 규모로, 기존 아시아 중심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에 마케팅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매출 3864억원, 영업이익 43억원으로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현대일렉트릭은 향후 공적개발원조 지원을 받는 개발도상국 사업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사우디 아람코 관련 공사 입찰에 적극 참여해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중국뿐 아니라 이미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통신'에 대한 니즈를 드러냈고, 국내 통신사들이 진출해 손을 잡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일찌감치 필리핀 통신사업자 '나우 코퍼레이션', '나우 텔레콤'과 5G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5G B2B 솔루션 수출 활로를 열었다. 필리핀 외에도 동남아와 유럽의 사업자들과 5G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

KT는 지난 4월 태국 IPTV '3BB TV'에 240억원 규모의 IPTV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과 홍콩 통신사에 5G 콘텐츠를 수출한 바 있는 LG유플러스도 유럽과 동남아 등 글로벌 통신사와 수출협약을 진행 중이다.

권평오 코트라 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맞이할 것"이라며 "우리가 코로나19 이후를 한발 앞서 준비한다면 급변하는 환경도 기회 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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