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광주FC 김효기, 경기 도중 의식 잃었으나 신속한 응급조치 덕에 큰 이상 없어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 광주FC의 경기. 김효기가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그라운드에 선수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내편, 상대편은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진정한 동료애를 선보였다.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1부) 상주 상무와 광주FC의 맞대결. 상주가 1-0으로 앞선 가운데 후반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후반 36분 광주 공격수 김효기(34)가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들어오는 침투 패스를 받기 위해 뛰어들었다. 상주 골키퍼 황병근(26)이 각도를 좁히기 위해 나왔고, 그 과정에서 두 선수가 강하게 충돌했다.

김효기는 부딪히는 순간 의식을 잃었다. 팔과 다리가 굳었다. 위급한 상황. 여기서 주심과 선수들을 비롯해 의료진까지 발 빠른 대처가 돋보였다. 주심은 곧바로 호루라기를 불어 경기를 중단시켰다. 선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김효기에게 향했다. 김효기의 고개를 젖혀 기도를 확보했고, 다리를 들어 근육이 경직되는 것을 막았다. 의무진도 신속하게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김효기의 상태를 살핀 뒤 후속 조치를 취했다.

신속한 대처 덕분에 호흡을 확보한 김효기는 들것에 실려 응급차를 타고 빠져나갔다. 광주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김효기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고,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광주로 다시 복귀해 휴식을 취한 뒤 정밀 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장면이다. 이미 2018년 한 차례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2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 대전 시티즌의 K리그2(2부) 준플레이오프 경기. 선발 출전한 미드필더 이승모(22)가 전반 3분 대전 윤경보(25)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이승모는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당시 주심이었던 김희곤(35) 심판이 재빨리 경기를 중단시키고 응급처치를 시행하면서 최악의 결과를 면했다. 이승모도 큰 부상 없이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꾸준히 안전 대책을 강구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연맹은 2011년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신영록(33)의 사고를 겪은 이후 응급처치와 관련된 규정을 강화했다. 심판뿐 아니라 선수단, 구단 직원까지 매년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K리그 구성원은 당시 순간을 잊지 않았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끊임없이 상기하고 응급조치 과정을 체화했다. 김효기가 이번 사태를 무사히 넘긴 건 그간 K리그가 쌓아온 경험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위대한 ‘동료의식’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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