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2일 당시 아시아 최고 홈런인 56개를 쏘아 올린 이승엽이 축하를 받고 있다. 현재 아시아 최고 홈런 기록은 60개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탁!'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은 언제봐도 청량감 있고 통쾌한 야구의 백미이자 야구의 '꽃'이다. 적게는 1점에서 많게는 4점까지. 홈런은 경기 흐름을 일순간에 바꾸고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런 홈런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난 시즌 홈런왕 박병호가 타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0.19초의 판단과 스위트 스폿

투수와 타자 사이의 거리는 18.44m정도다. 투수가 142g 남짓한 야구공을 시속 150km로 던졌을 때 타자 앞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44초에 불과하다. 타자가 홈런을 치려면 0.19초라는 찰라의 순간에 판단을 내려 타격에 나서야 한다. 무작정 휘두른다고 홈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배트 위쪽 끝에서 약 17.13cm 지점인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공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홈런이 대단한 이유는 짧은 순간 배트의 운동에너지를 고스란히 공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배트 스피드가 중요하다. 타자가 배트를 휘두를 때 시속 122km를 넘어야 홈런이 가능하다. 여기에 공 중심에서 7mm 아래를 타격해야 비로소 홈런이 완성된다. 

야구 배트 맨아래 동그란 손잡이 부분을 놉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배트 속 숨겨진 비밀 '놉(Knob)'

배트 손잡이 끝부분 동그랗게 튀어나온 부분을 보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들때가 있다. 이 부분을 '놉(Knob)'이라고 부른다. 놉의 시작은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활동하던 192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루스는 이 부분을 손으로 감싸 쥐며 힘을 응축해 수많은 홈런과 장타를 양산했다. 

놉이 없다면 어떨까. 놉이 없던 시기 타자들은 스윙할 때 배트가 손에서 빠져나가 불편을 겪어야 했고, 날아가는 배트에 부상을 입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놉이 만들어지면서 배트 끝 쪽을 잡기 시작했고 스윙 궤적이 넓어져 강력한 타격이 가능해졌다. 

◆야구공의 비밀 '반발계수'

작은 야구공은 만드는 과정부터 심상치 않다. 작은 코르크 심에 고무를 덧대고 그 위에 두툼한 털실로 촘촘하게 감싼 후 얇은 털실을 또 한 번 여백 없이 감싼다. 여기에 면을 겹사해 한 번 더 감싼 뒤 붉은색 실로 108번 바느질해 가죽을 이어 붙인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공을 만드는 이유는 '반발계수'(Coefficient of Restitution, COR)때문이다. 반발계수는 충돌 전 상대속도와 충돌 후 상대속도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0.02가 높아지면 비거리가 약 10m 정도 늘어난다는 게 정설이다. 올해부터 적용된 야구공의 반발계수는 0.4034~0.4234 사이다. 이 수치는 일본 프로야구의 공인구와 같은 것으로 지난해까지 KBO가 공인했던 반발계수 0.4134~0.4374보다 0.001 줄었다. 타고투저 현상을 조정하기 위해 반발계수를 낮춰 비거리를 줄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올 시즌 초반 KBO리그에선 홈런이 풍성하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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