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속팀 무패 행진 이끄는 황선홍ㆍ김남일ㆍ설기현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설기현(17), 황선홍(18), 김남일(오른쪽에서 세 번째).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영웅 삼총사가 올 시즌 K리그1과 K리그2에서 돌풍을 넘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셋 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부임해 초반부터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소속팀의 무패 행진을 이끌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황선홍(52) 대전 하나시티즌, 김남일(43) 성남FC, 설기현(41) 경남FC 감독이다.

황선홍 대전 감독. /한국스포츠경제DB

셋 중 고참인 ‘황새’ 황 감독은 대전의 K리그2 2위 질주를 주도하고 있다. 2018년 12월 중국 옌볜 푸더 지휘봉을 내려놔 축구계를 떠난 그는 올 1월 마침내 국내로 돌아왔다. 하나은행이 인수해 기업구단으로 재창단 대전(구 대전 시티즌) 초대 감독에 올랐다. 김 감독의 1년 1개월 공백과 신생팀이라는 배경이 대전의 출발에 먹구름으로 드리우는 듯했다. 대전이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K리그2엔 경남, 전남 드래곤즈, 제주 유나이티드와 같이 1부 경험을 가진 ‘우승 후보’가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연 황새의 대전은 예상을 뒤엎는 경기력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9일 수원FC 원정에서 2-1로 승리하더니, 17일 충남아산FC와 홈경기에선 안드레 루이스(23ㆍ브라질)의 원맨쇼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23일 제주 원정에선 0-2를 3-2로 뒤집으며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황 감독은 대전을 지고 있더라고 얼마든지 경기를 뒤집는 끈질긴 팀으로 바꿔놓았다. 그 덕분에 3경기에서 2승 1무로 7점을 쌓았다.

김남일 성남 감독. /연합뉴스

김 감독은 프로 사령탑 데뷔 시즌이 무색한 지도력을 뽐내며 성남에 자기 색깔을 입혔다. 중원에서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보다 잠시드 이스칸데로프(27ㆍ우즈베키스탄)와 같은 발 빠른 측면 미드필더를 활용한 선 굵은 축구를 성남에 이식했다. 여기에 결정력과 연계가 좋은 장신 공격수 양동현(34)을 전방에 배치해 골문을 노리게 했다. 후반 공격적인 교체 전술을 시도해 상대 허를 찔렀다.

공격 전개 방식이 전북 현대 전성기를 이끌던 최강희(61ㆍ상하이 선화) 감독의 ‘닥공(닥치고 공격)’과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선수 시절 네덜란드, 일본, 러시아 리그에서 뛰고 중국 장쑤 쑤닝,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로 지낸 경험이 성남에서 다양한 전술로 발현되고 있다. 결과로 초보 감독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3라운드까지 마친 성남은 1승 2무 승점 5로 K리그1 5위에 올라 있다.

설기현 경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셋 중 막내인 설 감독도 김 감독과 함께 올해 첫 프로팀 사령탑을 맡았다. 현역 시절 벨기에, 잉글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뛰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점도 김 감독과 유사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경남에 부임했을 때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한 것도 같다. 시즌 첫 두 경기에서 전남과 서울 이랜드FC를 상대하며 각각 0-0, 2-2로 비길 때만 해도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시즌 세 번째 경기인 24일 FC안양과 원정경기에서 경남의 진가가 드러났다. 2-1로 앞서가던 후반 20분 미드필더 장혁진(31)이 퇴장해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도 김형원(21)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3-1을 만들었다. 후반 41분 안양 이정빈(25)에게 동점골을 내줘 추격을 허용했지만 마지막까지 수비 집중력을 발휘해 마침내 3-2로 승리했다. 설 감독은 지난해 K리그1에서 강등한 경남을 조직력이 탄탄한 팀으로 바꿨다. 설 감독 아래 다시 태어난 경남은 1승 2무 승점 5로 K리그2 4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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