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CT기반 제조 생태계 조성 박차…리쇼어링·규제완화 절실
반도체 생산 공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이 기술경쟁에서 나서면서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양국의 경쟁으로 피해를 볼지 우려가 되지만, 이번 기회에 전 산업 분야에서 기술 독립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제3국에서 제조한 반도체라도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품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팔지 못하게 하는 제재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33개 중국 회사 및 기관을 거래제한 명단에 올리는 등 중국을 겨냥한 경제제재 조치를 확대해 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책임론에서 불거진 이번 제재조치는 중국의 기술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평가되며 한국이 보유한 기술 경쟁력을 확대,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코로나19로 닫힌 국경…국내 제조 생태계 조성 필요성 커져

코로나19로 인해 각 국이 봉쇄조치를 이어간 점을 비춰보면 국내 생산기지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리쇼어링(제조기업의 본국 회귀) 등을 통한 생산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보여주며 여타 다른 국가에 비해 대처능력이 어느 곳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코로나19 대응 선진사례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국내에서는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 사례를 빠르게 파악했고, 이를 위한 진단키트 제작도 신속하게 나서면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했다. 이에 국내 생산공장들 역시 셧다운(가동 중단) 없이 지속적인 제품 생산도 가능했다.

반면 올해 2월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면서 결국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치닫자 글로벌 공급망(GVC)의 최대 생산기지였던 중국이 국경을 닫으면서 각국이 핵심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각국은 수출길이 막히자 내수 진작으로 눈을 돌리면서 리쇼어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과거 인건비 등을 이유로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외에 공장을 지었다면 이제는 ‘공급의 안전성’이 절실해지면서 국내에 공장을 짓거나 규모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부산항 수출입 화물 모습 /연합뉴스

앞서 효성그룹은 아라미드 섬유 생산 확대를 위해 베트남에 공장 건설을 검토했지만 울산 공장 증설로 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그룹 경영진은 국내 경기 회복을 꾀하는 동시에 핵심 소재 생산기지는 국내에 둬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첨단소재는 울산 공장에 613억원을 투자해 현재 연산 1200톤 수준의 생산 규모를 3700톤으로 확대해 아라미드 섬유 시장에서 원가와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국내 수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 이달 라인 공사에 착수해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

올해 2월 EUV 전용 화성 ‘V1 라인'을 가동한 삼성전자는 평택까지 EUV 라인을 확장하며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계획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같은 국내 생산기지 확대는 국내 제조업의 생산을 늘려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과 유관 산업 육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로 여겨진다.

반면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LG전자는 최근 경북 구미사업장의 TV·사이니지 생산라인을 연내 6개에서 4개로 축소하고, 생산라인 2개를 인도네이시아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구미 공장은 롤러블(Rollable), 월페이퍼(Wallpaper) 등 일부 프리미엄 제품만 생산하고, OLED TV 등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주력 제품의 생산은 인도네시아가 맞게 된다. 지난 1995년 준공된 찌비뚱 공장은 현재 TV·모니터·사이니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LG전자가 글로벌 TV 생산의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인 구미사업장을 필두로 권역별 거점 생산 체제를 강화하는 취지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TV 공장을 아시아 시장에 TV를 전담 공급하는 거점 생산지로 육성하고, 글로벌 생산지 효율화를 통해 TV 사업 경쟁력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구미A3 공장 전경 /연합뉴스

이처럼 국내 제조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외기업을 유치하려는 동남아시아권에서는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 법인세 인하 등 수많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낮은 임금으로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은 국내 인건비의 2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경영환경은 높은 임금을 제외해도 ▲반기업 정서 ▲각종 규제정책 ▲세제 부담 등으로 기업 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에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시설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리쇼어링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IT인프라 기반 첨단 제조분야 육성…규제혁신이 관건

국내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대신할 다양한 IT기술이 도입되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최근 5G(5세대 이동통신)를 비롯해 통신 환경이 좋은 이점을 살려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등 8대 신산업 품목을 중점적으로 키우고 있다.

8대 신산업에는 ▲차세대 반도체 ▲전기자동차 ▲로봇 ▲바이오헬스 ▲항공·드론 ▲에너지 신산업 ▲첨단 신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신성장품목 수출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8대 신산업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210억 달러로 작년 1분기보다 17% 늘었다. 코로나19로 해외시장 개척이 어려워졌지만, 신산업 분야에서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분야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통합생산관리시스템과 공급망관리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팩토리’가 가능해지면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 같은 조건이 뒷받침돼도 정부가 주장하는 리쇼어링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실제 기업이 원하는 규제를 풀어주는 등 적극적인 정책이 시행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과감한 탈규제와 선진국 수준의 인센티브 체계 마련 등 잠재적 유턴수요를 촉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현행 해외생산량 25% 이전과, 동일업종 운영만 유턴으로 인정하는 인정범위를 융복합 신산업시대에 맞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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