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라 행복합니다.”

“△△ 없이는 못 살아. △△ 없이는 못 살아. 정말 정말 못 살아.”

KBO리그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팀 응원가다. 대중가요를 개사해 팀 이름을 넣었다. 관중석을 메운 팬들은 야구 경기가 벌어지는 3시간 여 동안 응원팀과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목놓아 외친다.

과연 그들은 야구 때문에 행복할까. 그리고 정말 야구 없이는 못 살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국스포츠경제는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코리아와 함께 프로야구 팬들을 대상으로 ‘야구행복지수’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팬들은 실제로 야구를 통해 큰 행복감을 느끼고, 야구가 일상생활과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우리 팬들은 이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고 누릴 준비가 돼 있었다. 팬들은 응원팀의 승리보다는 선수들의 열심히 하는 모습에 더욱 큰 행복감을 느낀다. 또 야구장에는 친구나 애인보다 가족과 함께 가는 팬이 가장 많았다. 행복이란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먼 곳이 아닌 가장 가까운 데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이번 조사는 한국스포츠경제 의뢰로 닐슨코리아에서 지난 8월8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 서베이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응원하는 야구팀이 있으면서 2016년 1회 이상 야구장을 방문했거나 TV, 모바일 등을 통해 주 1회 이상 야구 경기를 관람한 사람이며, 표본수는 500명(응원구단별 50명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져도 좋다, 열심히만 해 다오

흔히 팬심(心)은 팀 성적에 크게 좌우된다고 하지만, 조사 결과는 달랐다. ‘응원팀 때문에 행복한 이유’ 문항에서 1~3순위의 선택을 합산했을 때 ‘열심히 하는 모습’이 23.9%를 얻어 ‘많은 승리(19.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팬들은 승리 못지 않게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에 행복과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이어 ‘베테랑들의 활약’과 ‘신인들의 활약’에 각각 13.6%, 10.8%의 응답이 나온 점도 구단의 스타 마케팅에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 나들이, 이젠 야구장으로

프로야구 TV 중계를 보면 관중석의 연인들이 자주 클로즈업되곤 한다. 그렇다고 야구장에 애인이나 친구들과 가는 것만은 아니다. 경기장에 주로 함께 가는 사람은 ‘가족’이 41.0%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친구는 36.1%, 애인은 13.4%였고, 직장 동료는 5.3%였다. 최근 프로야구장에 가족 단위 관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부모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가 늘어날수록 야구장 관전 문화는 더욱 건전해지고 야구의 저변도 넓어질 수 있다. 한편 야구장을 주로 혼자 찾는다는 사람도 3.1% 있었다.

◇야구는 일상 그 자체

응원구단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의 정도를 8개 항목에 걸쳐 물었다.  ‘응원팀의 경기 결과가 궁금하다’는 문항에는 응답자의 82.6%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는 긍정 반응을 보였다. ‘응원팀의 승패를 챙겨보는 것이 즐겁다’는 팬은 76.2%였고,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자체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70.4%에 달했다. ‘응원팀의 승패에 따라 기분의 좋고 나쁨이 좌우된다(62.0%)’와 ‘야구 경기를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56.0%)’는 팬들도 절반을 훌쩍 넘었다. 10명 중 4명은 ‘야구가 없다면 삶이 무료할 것 같다(39.0%)’고도 했다. 대다수의 팬들은 야구를 스포츠가 아니라 일상 그 자체로 여기고 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8개 항목을 10점 만점(전혀 그렇지 않다 0, 그렇지 않다 2.5, 보통이다 5, 그렇다 7.5, 매우 그렇다 10)으로 환산해 산출한 ‘야구행복지수’의 전체 평균은 6.77이었다. 팀별로는 공교롭게도 KBO리그 선두 두산과 최하위 kt의 팬들이 나란히 7.21로 가장 높았다. 야구에서 얻는 행복은 비단 팀 성적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롯데와 KIA 팬들이 각각 6.97과 6.95로 뒤를 이었다. 팬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구단은 삼성(6.28)이었다. 지난해까지 정규시즌을 5연패한 뒤 올해 성적이 갑작스럽게 하락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행복 전도사’ 이승엽

최근 들어 팀보다는 특정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응원팀에서 팬들을 가장 행복하게 한 선수는 단연 이승엽(삼성)이었다. 조사에 응한 50명의 삼성 팬 중 절반인 25명이 이승엽을 선택했다. LG 팬들은 박용택(18명)을 첫 손에 꼽았고, SK는 김광현(10명), 롯데는 강민호(9명), 한화는 김태균(9명)이 1위를 차지했다. 뛰어난 성적뿐 아니라 한 구단에서 오래 뛴 프랜차이즈 스타들에게 팬들은 큰 호감을 드러냈다. 삼성 구자욱(11명), NC 나성범(7명), 두산 박건우(7명), 넥센 신재영(6명) 등 젊은 스타들의 인기도 높았다.

◇욕설과 고성은 이제 그만

야구장에서는 팬들이 간혹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있다. 경기장에서 관람할 때 행복을 방해하는 응원 문화로는 ‘욕설’이 42.8%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이어 ‘과도한 음주(36.3%)’, ‘고성(11.6%)’ 순이었다. 야구장에서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기보다는 편안하게 경기를 즐기려는 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홈 응원석에서 원정팀을 응원하는 관중’에게 불쾌감을 느끼는 응답자도 5.6%였다. 야간 경기 때 외야 관중석에서 주로 목격되는 청춘 남녀들의 ‘과도한 애정 행각’도 3.1%의 선택을 받았다.

◇역시 ’엘롯기’… 팀 성적에 스트레스

팬들은 응원팀의 승패에 관심은 있지만, 지더라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원팀의 성적이 저조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자는 평균 41.0%로 절반을 넘지 않았다. 55.4%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했고, ‘잘 모르겠다’가 3.6%였다. 팀별로는 근소한 차이였지만, KIA(50.0%)와 롯데(46.0%), LG(46.0%) 팬들이 평균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해 상대적으로 성적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고 인기 구단 경쟁을 하는 이른바 ‘엘롯기 동맹’다운 결과다. 반면 삼성과 두산, 넥센 팬들은 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다고 응원팀을 바꿀 생각은 크지 않았다. 응답자의 84.4%가 성적이 저조해도 응원팀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짜릿한 역전승의 묘미

같은 승리라도 행복감은 다를 수 있다. 가장 선호하는 승리의 종류에 대해 팬들은 ‘역전승(23.8%)’을 먼저 꼽았다. 졌구나 생각했을 때 극적으로 승부가 뒤집히는 짜릿함에 가장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어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아 거두는 ‘무실점 승리’가 16.8%로 두 번째에 자리했고, ‘큰 점수 차 승리’가 15.6%로 뒤따랐다. ‘야구장에서 직접 관람한 경기 승리’도 7.0%를 얻어 생생한 현장감도 팬들에게 큰 행복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 하면 역시 치킨

야구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즐거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거리다. 특히 최근 들어 프로야구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팬들의 입도 즐겁게 한다. 그 중에서도 ‘넘버 원’은 역시 ‘치킨’이었다. 응답자의 71.0%가 경기장에서 가장 즐겨 먹는 먹거리로 치킨을 꼽았다. 가볍게 배를 채울 수 있는 ‘햄버거’가 5.6%로 뒤를 이었고, 심심풀이용 ‘건어물/견과류’가 4.9%였다,. 맥주 등 ‘주류’는 4.9%, 안주거리인 족발은 3.8%의 선택을 받았다.

◇응원이 있어 더욱 즐겁다

야구장에서는 TV로 경기를 볼 때 느낄 수 없는 행복이 또 있다. 관중석에서 목청껏 팀과 선수를 응원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팬들은 가장 즐거운 응원문화로 ‘응원가(26.4%)’를 첫 손에 꼽았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나가 돼 응원가를 부르다 보면 고된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막대풍선 등 ‘도구를 이용한 응원’이 21.8%로 뒤를 이었고, 화려한 ‘치어리어의 율동(21.4%)’에도 즐거움을 느꼈다. 최근 각 구단이 심혈을 기울이는 야구장 내 ‘각종 이벤트(17.6%)’에도 팬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대한민국(Happy Korea) 캠페인은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발전과 물질적 풍요로움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경제사에서 보기 드문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으나, 그 이면에는 양극화와 교육기회의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이제는 국민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해 보다 풍요로운 ‘행복 국가’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이에 한국스포츠경제는 국민의 행복한 삶과 행복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복한 대한민국(Happy Korea)’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캠페인을 통해 행복에너지를 전파함으로써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우리 사회 모든 부문의 화두로 떠오른 ‘국민행복 시대’를 꽃피우고자 한다. ‘행복한 대한민국’ 캠페인은 스포츠와 행복-라이프와 행복-휴(休)와 행복 등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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