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오는 7월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통합 신설법인 '포스코 GSP'를 설립한다는 소식이다. 표면적으로는 계열사에 흩어진 물류업무를 통합해 효울성을 높인다는 게 포스코의 계획이다. 그러나 해양산업계에서는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다.

해운사 설립은 포스코의 오랜 꿈과 같다.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은 1986년 포항공대를 계획하면서, 대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거양해운을 인수하려고 했다.

1990년 당시 포항제철산하 육영재단인 제철장학회의 전액 출자로 대주상선주식회사(이후 거양해운주식회사로 개명)를 설립했고, 국제상선의 선박과 면허권을 인수하면서 대주상선을 세우고 해운항만청으로부터 동남아부정기화물면허를 취득했다.

포항제철은 국제상선 인수목적으로 포철 직원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해운업계는 당시에도 포철이 이를 계기로 해운산업에 진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국내 해운업계의 과당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거양해운은 이후 자가화물 운송 등 해운업법 시행령 규정에 어긋난 활동으로 김만제 회장 때인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됐다. 이후 포스코는 2009년에는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해양수산부와 선주협회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2011년에는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 대한통운 인수에 나섰지만 CJ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같은해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을 인수하며 대우로지스틱스를 매입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포스코의 역사만 봐도 얼마나 해운업에 대한 열망이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포스코 고위층은 물류자회사 설립 목적에 대한 질문에 "미국으로 철강제품을 수송하고, 한국으로 빈배로 들어오기 보다는 곡물을 실어오면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라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이말이 사실이라면 포스코는 해운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조직의 특성상 이익이 된다면 우회적으로도 해운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 측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서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주장에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지만, 순수한 물류조직의 효율화라면 굳이 끄집어내서 외부에 만들 필요가 없다.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탁송사업을 이유로 설립됐지만 원자재를 수송하고 있는 것처럼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법인 설립이 결국 해운업 진출로 귀결될거라고 보는 이유다.

대량화주와 직접 계약을 맺었던 해운사들 입장에서는 자회사의 하청 업체로 지위가 격하되고 운임료 파이가 축소될 수 있다.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 물류비 예산 내에서 운임을 깎거나 수수료를 요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통행세만 취하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 포스코 측은 물류자회사가 설립되도 기존 계약과 동일하다고만 할뿐 해운사들의 수익 보전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현재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이 물류자회사로 가길 꺼려한다는 소문이다.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세운 경영 이념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다. 지난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위드 포스코(With POSCO) 정신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강건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공생가치를 창출해 이번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최 회장의 말이 무색해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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