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사업재편에 인력구조조정... LG, OLED 인력빼가기 심각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저가 물량공세 등으로 인해 실적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까지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업계는 살얼음 위를 걷는 분위기다.

여기에 중화권 업체들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실적 부진을 틈타 차세대 기술 인력 빼가기를 노골적으로 시도하는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이날 첫 단체협약을 위한 상견례를 갖고 본 교섭에 들어갔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사업부 일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개별적으로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조조정 신호탄이 올랐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구조조정 계획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인력 순환 차원에서 희망자에 한해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희망퇴직일 뿐 사업 전략 전환에 따른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 lcd 인력은 공장가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타분야로 전환배치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희망퇴직제도는 희망자에 한해 상시 운영되고 있지만 연말까지 고객물량을 생산해야하는 만큼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독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팀에서 희망퇴직, 타 계열사로의 전적(轉籍)을 권하는 연락이 잇따르자 직원들의 불안감은 높아갔다. 특히 대형 LCD 사업부를 중심으로 장기 근속자나 휴직 중인 여직원, 저성과자 등이 희망퇴직 대상자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수년간 적자에 시달린 LCD 사업부를 정리, 수익성을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판단된다. LCD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패널 가격이 급락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채택률이 높아지면서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연합뉴스

OLED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LG 디스플레이도 올해 말까지 국내에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할 예정인 가운데, 인력 조정 방안 역시 검토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부진으로 희망퇴직 등을 통해 지난 2017~2018년 2년간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6500명을 감원했다. 다만 더 이상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보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위기 극복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렇듯 중국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LCD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탈 LCD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주력하고 있는 OLED마저 중국의 노골적인 ‘인력 빼가기’가 자행되는 등 차세대 기술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채용 사이트에는 한 헤드헌팅 업체가 해외 유명 디스플레이사에서 ‘65인치 대형 OLED 패널 10년 이상 경력자’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중국 업체들이 대놓고 공고까지 올린 건 처음이다. 노골적인 인력 빼가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대형 OLED 시장을 선도하는 LG디스플레이와 기존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약 4~5년 수준으로 평가한다. OLED가 LCD보다 기술 난이도가 높고, 그 사이 우리가 기술을 더 발전시키며 격차를 유지하면 쉽게 추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LCD 치킨게임’이 재현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국내 경력 기술진을 빼간 노하우를 적용한다거나 품질을 향상시킨 후 어느 정도 수율을 확보해 저가 공세에 나선다면 OLED 시장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소형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HKC는 중국 업체 중 최초로 대형 OLED 생산라인을 짓고 내년부터 대량 생산에 나설 것이란 발표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 CSOT도 대형 OLED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BOE 역시 중국 충칭에서 6세대 OLED 라인 증설과 다른 생산라인에 대해서도 대형 OLED 설비 구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BOE는 경우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생산 준비도 나섰다. 애플에 공급을 목표로 스마트폰용 OLED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BOE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애플의 세 번째 OLED 패널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같은 경우 중국 업체(BOE) 제품이 물론 한국 제품과는 격차가 나겠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쪽 OLED에 대해서는 “대형 쪽에서도 경쟁이 좁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 양산체제를 갖추거나 근접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그 정도 기술력은 없다는 거다. 언젠가는 하긴 하겠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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