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호미페(왼쪽)-LG 라모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성적은 몸값 순이 아니잖아요’

올 시즌 초반 가장 돋보이는 외국 타자는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32ㆍ두산 베어스)와 로베르토 라모스(26ㆍLG 트윈스)다. KBO 리그 2년 차 페르난데스와 ‘초짜’ 라모스는 시즌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리그를 폭격할 태세다. 스포츠투아이가 계산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 1, 2위가 페르난데스와 라모스다. 페르난데스는 WAR 1.87, 라모스는 1.55를 기록 중이다. OPS 부문에서도 페르난데스가 1.295로 1위, 라모스가 1.210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팀 공헌도가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이다.

둘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선수들이기도 하다. 외국 선수 중 연봉은 하위권이지만 성적은 단연 상위권이다.

두산 호미페. /OSEN

지난해 KBO 리그에 연착륙한 페르난데스는 두산과 총액 90만(한화 약 11억1195만 원) 달러에 재계약했다. 지난해 성적을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한 몸값이다. 보장금액도 45만 달러(약 4억9000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절반인 45만 달러는 인센티브다. 지난해 계약 조건(총액 7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연봉 30만 달러·옵션 35만 달러)과 비교해 옵션 비중은 동일하고 연봉은 단 15만 달러(약 1억8500만 원)가 올라갔다.

절반이 인센티브인 계약을 제시 받고 자신감을 보인 페르난데스는 보란 듯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6일 오전 현재 페르난데스는 무려 타율 0.500을 기록 중이다. 72타수 36안타, 17타점, 18득점을 기록 중이다. 비시즌 ‘벌크업’(체격 키우기)으로 파워까지 늘린 페르난데스는 홈런도 벌써 4개나 때렸다. 타율, 최다안타, 득점, OPS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출전한 17경기 중 무려 12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지난 주말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3연전에서는 홈런 2방 포함 13타수 9안타 7타점을 몰아쳤다. 

지난해 197안타로 아쉽게 200안타 고지 등정에 실패한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엔 서건창(31ㆍ키움 히어로즈)이 보유한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201개) 기록에 도전한다. 

LG 라모스. /OSEN

LG의 새 외국 타자 라모스는 총액 50만 달러(약 6억 원)에 계약하고 KBO 리그 무대를 밟았다. 연봉은 30만 달러(약 3억7000만 원)에 불과하고, 인센티브가 15만 달러(약 1억8500만 원), 계약금이 5만 달러(약 6000만 원)다. 키움 테일러 모터(2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연봉을 받는다. 전 소속팀에 지불한 이적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라모스는 LG가 간절히 원한 ‘건강한 거포 1루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모스는 24일 잠실 KT 위즈전서 9회 말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는 끝내기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은 시즌 1호, 라모스의 개인 1호이고 KBO리그 전체 8번째로 나온 진기록이다. 25일까지 7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타율 0.350에 16타점 12득점을 기록 중이다. 해결사 라모스가 붙박이 4번 타자로 자리잡으면서 ‘타격기계’ 김현수(타율 0.386)를 2번 타순에 전진배치 됐다. 두 선수의 시너지가 극대화되면서 LG 타선의 화력이 강화됐다. 시즌 전 “라모스가 30홈런을 때려줬으면 좋겠다”고 한 류중일(57) LG 감독은 요즘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매서운 기세를 뽐내고 있는 라모스는 구단 역사상 최초의 홈런왕에 도전한다. LG 선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0년 찰스 스미스가 달성한 35개다. 당시 스미스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이적했다. 한 시즌을 순수하게 LG에서 보낸 선수 중 최다 홈런 기록은 1999년 이병규(46ㆍ현 타격코치)가 작성한 30홈런이다.

저연봉 외인 성공 신화에 도전하는 라모스다. 라모스 영입을 주도한 차명석(50) LG 단장은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 활약만 본다면 라모스 영입은 성공적”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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