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이학주가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이학주는 최근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에서 연인 민현서(심은우)에게 데이트 폭력을 가하는 박인규로 분했다. 민현서에 대한 집착과 의존을 사랑이라고 착각해 결국 폭력까지 행사하는 감정선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서스럼없이 폭력을 가하고 협박을 일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학주는 "박인규와 나를 분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의 나와 캐릭터를 분리할수록 더 몰입이 잘 되고 어떤 내 기준의 재단이 들어가면 몰입이 깨지는 것 같았다. 폭력을 가하는 신에서 머뭇거리지 않기 위해서 더 그랬다"고 말했다.

- 종영 소감부터 말한다면.

"끝나니까 아쉽지만 많은 사랑 받아서 기분도 좋고 오래 가슴에 남을 작품을 한 것 같다. 많은 관심과 사랑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 소위 욕먹기 쉬운 캐릭터였는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작품 시작 전부터 많이 부담스러웠다. 어렵게 느껴졌고 자칫 잘못하면 우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다. 어떤 위해를 가하거나 협박을 하는데 온도가 낮으면 보는 사람들한테 시시해질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래서 준비할 때는 '카메라 밖에 있는 사람의 생각은 하지 말자. 결과나 평가는 나중에 받는 거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 인물이 어떻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하려고 했다"

- 참고한 캐릭터나 작품도 있나.

"협박할 때 앉아서 하면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일어나서 의자를 발로 찬다든지 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박인규라는 캐릭터는 사람이라기보다 굉장히 굶주린 동물 같다는 생각으로 표현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덕적 관념 없이 불나방처럼 행동하는 걸 동물로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하이에나 같은. 그런 생각들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 원작의 비중이 높지 않아 고민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원작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 캐릭터라 혼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쨌든 대본이 있으니까 그걸 바탕으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대부분을 잊어버리고 대본 자체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 그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뭐였나.

"아무래도 대본을 읽을 때 인규의 행동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보니 1회부터 11회까지 박인규의 감정을 이어가야 하는 게 어려웠다. 소위 말해 범죄자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건데 그런 게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박인규가 아닌데 왜 이걸 내가 검열하려고 하지?'라는 생각에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을 계속 되뇌고 대본에서 나온 것 자체로만 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 그럼 이학주가 바라보는 박인규는 어떤 사람이었나.

"보통 악인이 되는 데는 가능성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악인이었거나 시간이 갈수록 악해졌거나. 이 중 박인규는 여러 환경 때문에 악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현서가 인규를 두고 '이게 잠깐 안 좋아져서 이러는 거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인규는 어느 순간에 무언가를 넘었기 때문에 악해졌다고 생각한다. 용서할 수 없을 정도의 잘못을 저지르면서 결국 인생의 지지대가 끊긴 것 같다. 이후로 세상에 대한 시선도 더 삐뚤어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선택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쌓여갔다고 생각한다"

- 데이트 폭력에 협박까지 하는데 심하다고 생각한 건 없었나.

"인규의 행동 중에 나쁘지 않았던 건 없지만 마지막이 제일 나빴던 것 같다. 현서가 정말 안쓰럽다는 생각 많이 했다. 현서에게는 결국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 같다. 때린 것도 나쁘지만 죽음으로서 결국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게 제일 나쁘다고 생각한다"

- 인규가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정확히 안 나오는데.

"인규의 죽음은 자살인 것 같다. 박인규로서는 현서에게 하는 행동들이 정상적이지는 않았지만 모두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서에 대한 사랑이 전부였는데 그게 없어졌으니까 자살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현서에게 '싫다'라는 말도 처음 들었을 것 같다"

- 김희애와 호흡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모두가 그랬을 것 같지만 같이 촬영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떨리고 긴장됐다. 그래서 촬영 날 아침에 일어나면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꼭 운동을 하고 촬영장에 갔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번 계기를 통해 알게 됐다. 운동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정말 컸다"

- 그래도 마인드 컨트롤은 필요했을 텐데.

"우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박인규의 입장에서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하지만 너네는 왜 그렇게 사니'라고 생각했다. 품위나 어떤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박인규나 지선우, 이태오 모두 행동은 비슷하고 우습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 '부부의 세계'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배우로서 어떤 수식어를 얻고 싶나.

"수식어를 딱 정하기보다 그냥 매 작품의 캐릭터로 보일 수 있었으면 한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사실 얼굴이 같으니까 그러기 쉽지 않겠지만 이학주라는 사람에게 있는 색다른 면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사진=SM C&C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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