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사진)에게 유기실격 1년,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가 부과되면서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OSEN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음주운전 3회’ 강정호(33)에게 내린 징계 처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2018년 이후 KBO가 줄곧 주창했던 ‘클린베이스볼’ 이미지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KBO는 25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강정호에게 유기실격 1년과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를 부과했다. 강정호는 KBO 구단과 계약 후 1년 동안 경기 출전과 훈련 참가 등 모든 참가활동을 할 수 없다. 봉사활동 300시간을 이행해야 실격 처분이 해제된다. 제재 적용 시점은 KBO 리그 선수 등록 시점부터다.

상벌위는 징계 결정 배경에 대해 “강정호가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 사실로 리그 품위를 손상시킨 점을 고려했다”며 “프로야구 선수로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같이 제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강정호는 이르면 2021시즌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2018년 이후 강화된 음주운전 관련 규정 소급 적용 여부가 쟁점이었다. 야구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관한 제재 규정을 보면 3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선수에 대해서는 3년 이상 유기실격 처분을 내리게 돼있다. 강정호의 경우 2009년, 2011년, 2016년 총 3회 음주운전을 저질렀는데 모두 2018년 이전이다. 가장 최근인 2016년에는 미국프로야구(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었기 때문에 KBO 리그에서는 별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결국 이번 국내 복귀 추진 과정에서 1년 실격 처분을 받으면서 소급 적용을 피했다.

강정호는 징계 처분이 결정된 뒤 소속사 리코스포츠에이전시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제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그래도 다 씻을 수 없는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동안 야구가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이런 말씀드릴 자격이 없다는 걸 알지만,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고 복귀 의지를 드러냈다. 또 “야구장 밖에서도 제가 저지를 잘못을 갚고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며 “제 잘못으로 실망하셨을 모든 분에게 마음에 큰 빚을 짊어지고 살아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론은 싸늘하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커뮤니티에서는 차후 강정호를 영입하는 구단에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음주운전 삼진아웃 강정호를 퇴출시켜달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2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4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동의했다. KBO는 법리적 해석에 따라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국민 정서에 어긋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또 정운찬(73) KBO 총재가 부임 이후 줄곧 강조했던 ‘클린베이스볼’이라는 가치에도 멍에가 쓰였다. 강화된 음주운전 관련 규정은 클린베이스볼의 일환이었으나, 이번 강정호 징계 과정에서 큰 허점을 드러내며 의미가 무색해졌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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