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센터 장재석 인터뷰
장재석이 2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올해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폐지가 변수로 작용했다. 선수들은 더 이상 액수에 좌우되지 않았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가고 싶은 구단을 직접 골랐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계약이 속출했다.

‘최대어’ 장재석(29)의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행이 그랬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를 떠난 장재석은 현대모비스와 계약 기간 5년, 보수 총액 5억2000만 원(연봉 3억7000만 원ㆍ인센티브 1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장재석이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FA 설명회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KBL 제공

◆아쉬움 없었던 FA 계약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재석은 계약 과정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변경된 FA 제도의 첫 대상이었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건 호재였지만, 그만큼 생각도 더 많이 해야 했다. 장재석은 “여러 팀에서 좋은 제안이 오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며 “그래도 선수로선 원하는 팀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현대모비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대어로 주목을 많이 받아서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말에 그는 “키 2m를 넘는 선수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농을 던진 뒤 “부담으로 다가오기보단 감사했다. 잘 선택해서 맞은 옷을 입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돌아봤다. 장재석은 “아쉬움은 없다”며 “유재학(57) 감독님을 비롯해 조동현(44) 코치님, (함)지훈(36)이 형이나 은퇴한 (양)동근(39)이 형 등 워낙 훌륭한 선배가 많지 않나. 그래서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장재석(오른쪽)이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수비 5걸상을 수상했다. /KBL 제공

◆닮고 싶은 유재학 감독의 승부사 기질
장재석은 “(유재학 감독님에게 배울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며 “행운인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감독님은 농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다”라며 “감독님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본받아서 코트에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동현 수석 코치와 인연도 그가 현대모비스를 택한 이유 중 하나다. 둘은 2012-2013시즌 부산 KT 소닉붐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장재석은 신인이었고, 조 코치는 은퇴를 코앞에 둔 최고참 선수였다. 장재석은 “선수 때 코치님과 같은 방을 썼는데 사우나를 좋아하셨다. 항상 따라가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코치가 되신 후 인사드릴 때마다 ‘우리 같이하는 거지?’라고 농담 삼아 얘기하시곤 했다. 근데 정말 함께하게 되니까 신기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혹시 이거 사전접촉(템퍼링)인가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7년 터울 중앙대 선배인 함지훈과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장재석은 “어릴 때 (함)지훈이 형 플레이를 보면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같은 팀이 될 줄은 몰랐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의욕을 보였다.

장재석이 2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추일승 감독에 대한 고마움
장재석은 기량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시즌 화제가 됐던 ‘훅로터(훅 슛+플로터)’도 더 잘하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훅로터’는 훅 슛을 시도하는 거리에서 플로터 방식으로 공을 던지는 걸 의미한다.

그는 “시즌 때 실전에서 구사하기 위해 연습한 슛이다”라며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을 하면 블록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블록을 피하기 위해서 공을 잡자마자 한 손으로 빨리 던지는 걸 연습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도 자주 쓰는 공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재석은 “추일승(57) 전 오리온 감독님께서 항상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기술 같은 부분도 세심하게 잘 알려주셨다. 농구할 때 많은 걸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시고, 열정을 불어 넣어주신 분이다”라고 추 감독을 기억했다.

장재석은 추 감독과 오랜 기간 함께 했다. 오리온 소속이었던 2015-2016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기쁨도 함께 나눴다. 그러나 추 감독이 지난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둘은 작별하게 됐다.

장재석은 “지난 시즌이 너무 아쉽다”며 “감독님과 더 함께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못했다”고 자책했다. 또 “항상 감사한 마음 밖에 없다. 원하시는 걸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며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나중에 꼭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진심 어린 인사를 전했다.

김준희 수습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