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멜론이 상반기 내에 1시간 단위로 순위를 매기는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새로운 차트 서비스를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을 조장하고 부정 ID를 사용한 집단 스트리밍 등으로 음원 시장에 왜곡을 가져온다는 비판을 받아온 실시간 차트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의지를 밝힌 셈이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로 꼽히는 멜론의 실시간 차트 폐지 선언. 가요계는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 경쟁 조장·사재기 타깃, 실시간 차트의 병폐

시간 단위로 순위와 등락을 매기는 실시간 차트는 가요계에서 줄곧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러 가수들이 새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이야기하듯 음악은 경쟁보다 즐기기 위한 것임에도 차트 외에 정량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준이 마땅히 없다 보니 지속적으로 많은 가수들과 가요계 관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N개 차트 올킬', '차트 줄세우기' 같은 내용이 보도자료 내지 기사로 배포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원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실시간 차트가 음악을 지나치게 경쟁의 도구로 만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시간 차트의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집계 방식이다. 음원 사이트들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차트는 대개 이용자들이 해당 음원 서비스에서 많이 재생한 음원을 줄세우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때문에 거대 팬덤의 반복적인 스트리밍으로 인기 아이돌 그룹이 컴백하면 수록 곡 전체가 줄세우기를 하거나, 불법 업자들이 부정한 방식으로 취득한 ID를 이용해 스트리밍을 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올리는 일이 가능했다. 즉, 기계를 이용해 계속해서 스트리밍을 돌려 순위를 높이는 음원 사재기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멜론의 변화, 차트는 달라질까

이런 비판을 수용해 멜론 측은 24시간 집계 방식으로 차트를 변경하기로 했다. 1시간마다 재생량을 합산해 차트에 반영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나의 아이디당 1곡만 1회 집계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또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가장 크게 받은 노래 제목 옆에 표시된 순위 및 순위 등락 표기도 없애기로 했다.

많은 이용자들이 멜론 등 음원사이트를 이용하는 방식은 100위까지의 실시간 차트를 재생하는 것이다. 실시간 차트 안에 담긴 음악들은 대중적인 소구도가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카페, 음식점 등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5월 현재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재생하면 1위부터 100위까지의 노래들이 순서대로 재생된다. 이런 방식에서는 높은 순위의 곡들이 더 많이 반복 재생될 확률이 높아진다. 멜론은 이 부분에서도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서비스 첫 화면에서 전날 집계한 인기 음원을 무작위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 이렇게 되면 차트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음원들과 상위권 음원들이 비교적 공평하게 재생될 수 있게 된다.

여러 모로 멜론의 고심이 보이는 이 같은 개혁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차트를 아예 없애지 않는 한 결국 또 다른 꼼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과 단번에 바뀌진 않더라도 점차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론이 있다. 실제 최근 들어 많은 음원 사이트들은 차트 대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들이 좋아할만한 음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나섰다. 차트 위주로만 소비되던 음원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멜론은 여전히 차트는 음원 서비스에서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음악과 관심을 통계로 보여주고 트렌드를 발견하게 만드는 역할을 차트가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철옹성 같았던 실시간 차트에 변화를 불어넣기로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추후 새로 바뀐 차트에서도 부작용이 발견될 경우 수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멜론 관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음악과 함께 트렌드와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음악을 발견하고 감상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수백만 이용자와 음원 생태계 종사자, 권리자들이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경청하고 고민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쏟겠다"고 밝혔다.

사진=멜론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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