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가뇽. /OSEN

[수원=한국스포츠경제 이정인 기자] 올해 KBO 리그에 데뷔한 KIA 타이거즈 외국 투수 드류 가뇽은 강속구 투수와는 거리가 멀다. 최고 구속이 140km대 중후반에 그친다. 같은 팀 외국 투수 애런 브룩스와는 다른 유형이다. 대신 가뇽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비롯해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져 땅볼을 잘 유도한다.

가뇽은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KT 위즈와 시즌 첫 맞대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경기 전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가뇽의 활약을 기대한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제구가 초반에 잡히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1회 말에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선두 타자 심우준을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잡은 가뇽은 다음타자 김민혁의 강습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았다. 가뇽은 다리를 절뚝거렸고, 트레이너가 곧바로 뛰어나와 상태를 점검했다. 윌리엄스 감독도 가뇽의 연습투구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상태를 체크했다.

가뇽은 흔들림 없이 투구를 이어갔다. 1회와 2회를 삼자범퇴로 틀어막은 그는 1사 후 장성우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KIA 유격수 박찬호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출루를 허용했다. 가뇽은 계속된 2사 1루서 심우준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해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민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기를 탈출했다.

가뇽은 4회에도 위기를 맞았다. 선두 타자 조용호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해 무사 1,2루가 됐다. 하지만 황재균을 삼진, 박경수를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5회엔 선두 타자 배졍대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해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후속 타자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가뇽은 박승욱과 심우준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6회는 삼자범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가뇽은 황재균과 배정대를 삼진, 박경수를 투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날 임무를 마쳤다.

가뇽은 7이닝 동안 안타 3개 만 내주며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사구를 한 개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제구도 완벽했다. 최고 시속 147km를 찍은 포심(54개)과 체인지업(27개), 슬라이더(15개), 커브(9개) 등 변화구를 고루 던지며 상승세의 KT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특히 21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땅볼이 9개에 이르렀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위력적이었다. 구사 비율은 다른 경기보다 적었지만, 중요할 때 체인지업이 힘을 발휘했다. ‘맞춰 잡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준 가뇽은 삼진도 8개나 잡으며 완벽투를 선보였다.

가뇽은 KBO 리그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플러스를 기록했다. 6이닝 이상 투구는 두 번째, 7이닝 이상 소화는 첫 번째다. KIA는 이날 가뇽까지 선발 투수가 7번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KIA가 4-0으로 승리하면서 가뇽도 시즌 2승을 수확했다.

경기 뒤 윌리엄스 감독은 “가뇽이 1회부터 제구가 잘 잡혀 좋은 피칭을 해줬다. 정강이에 타구를 맞았지만 끝까지 버티며 마운드를 지켜줬다”고 칭찬했다.

가뇽은 “오늘 경기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과 주무기인 체인지업 구사를 적게 가져간 것이 효과적이었다. 야수들의 수비 도움도 있어서 무실점을 기록했고, 팀 승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원=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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