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골프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정부의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골프의류 및 용품업계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국민에게 지급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골프장,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지만 골프의류나 용품을 구매할 때에는 쓸 수 있다.

골프의류 브랜드 까스텔바작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첫 주부터 매장에는 사용 가능 여부에 관한 문의가 쇄도했다. 때문에 각 매장에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의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 포스터가 비치됐다.

까스텔바작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마음 놓고 옷 한 벌 구매하거나 선물하는 일도 줄었는데,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 의류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매장이 더욱 활기를 띠면 침체됐던 소상공인과 내수 경기 진작에도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까스텔바작 매장 매출은 이미 전년 대비 90% 수준을 회복한 상태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의 까스텔바작 바우처. /까스텔바작 제공

골프의류업계는 사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을 적게 입은 편이다. 한 골프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본지에 “골프는 야외 넓은 공간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즐길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며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최근에서야 시작됐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증감 여부는 추후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매장 체감으로는 별다른 감소세를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입을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의미 있는 옷’을 사려는 소비 심리도 한 몫 했다. 골프의류 구매에도 그러한 심리는 반영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여름이 되면 골프의류업계에선 주로 냉감 소재 사용을 알리는 마케팅을 진행한다. 기능성에 초점을 둔 골프의류들이 많은데 그만큼 일상복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기존 골프족에다가 일상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느낌으로 꾸미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업계는 좀처럼 위축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업계에서 까스텔바작 정도를 제외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을 활용한 구매를 유도하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한시적인 지원제도로 국민생활 안정과 경제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골프의류를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건 당초 취지와 썩 들어맞진 않을 수 있다. 골프는 귀족 스포츠이며 관련 의류나 용품을 구매하는 것 역시 사치라는 심리가 여전히 존재해 업계에선 관련 홍보 마케팅을 되도록 자제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의류업계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아 다들 그러한 홍보나 마케팅 활동에 조심스러워한다”며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은 8월 31일까지 모두 소진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줄어들거나 하면 각 브랜드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활용한 소비 유도 분위기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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