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왼쪽)와 배제성.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BO 리그에 새로운 태양이 뜬다. 대표팀 차기 원투펀치 구창모(23ㆍNC 다이노스)와 배제성(24ㆍKT 위즈)의 '성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올 시즌 초반 KBO 리그 마운드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새 얼굴 부재로 토종선발 기근 현상에 시달리던 KBO 리그에 1990년대생 영건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투수는 좌완 파이어볼러 구창모와 KT 토종에이스 배제성이다. 27일 오전 기준 평균자책점 순위표를 보면 구창모가 0.6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구창모는 리그 유일 0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다. 평균자책점 1.07을 기록한 배제성(KT 위즈)이 2위로 구창모를 추격하고 있다.

2015년 프로 입단 동기인 둘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데뷔 첫 두자릿 수 승수를 올리며 팀의 대표 선발 투수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엔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질주를 펼치고 있다.

NC 구창모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강속구 투수다. 오랫동안 ‘유망주’ 꼬리표를 단 그는 올해 KBO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로 발돋움할 태세다. 지난해 10승에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 대회 대표팀에서도 낙마하는 아픔을 겪었다. 

겨우내 재활에 매달린 구창모는 더욱 강해져 돌아왔다. 최고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3㎞이며 구속에 변화를 주면서 완급 조절을 잘하고 있다. 타자를 윽박지르는 빠른 공에 완급 조절 능력까지 좋아져 완성형 선발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시즌 초반 NC의 선두 질주의 원동력은 단연 구창모의 성장이다. 이동욱(46) NC 감독은 “지난해 10승을 달성하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적장인 김태형(53) 두산 베어스 감독과 구창모가 롤모델로 꼽는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32ㆍKIA 타이거즈)도 인정할 정도로 ‘폭풍 성장’ 했다. 구창모는 류현진(33ㆍ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으로 대표되는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평가 받는다. 

배제성은 지난해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KT 창단 첫 토종 두 자리 승수 투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5년 롯데에서 입단한 뒤 유망주에 머물던 그는 2017년 KT로 트레이드 되며 기회를 늘려갔다. 지난 시즌 혜성같이 등장해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고, 올해는 KT를 넘어 전국구 우완 에이스로 진화할 조짐이다. 올 시즌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1.07로 KT 선발진의 기둥 노릇을 하고 있다. 선발 등판한 세 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189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한다.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의 변화구 구사력도 좋다.  큰 키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의 직구와 체인지업이 가공할 만하다. 특히 올해엔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이 배가됐다. 올 시즌 25.1이닝 동안 볼넷이 8개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도 과시하고 있다.

배제성은 스스로 ‘투구 노트’를 쓸 만큼 노력하고 공부하는 투수다.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 마운드 위에서 느낀 감정, 생각 등을 세세하게 적는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노트를 읽으면서 그날 경기를 예상하는 것이 루틴이 됐다.  그는 “경기 후에 느낀 점이나 시합 전에 봐야하는 내용들을 적어놓는다. 심적으로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다. 선발 등판 전에 항상 읽어본다"고 전했다.

한국야구의 황금기를 이끈 1980년대생이 가고 1990년대생이 왔다. 20대 중반에 불과한 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영건들의 성장은 원활한 세대교체로 연결될 수 있다. 경쟁 시너지도 기대된다. 두 좌우 영건의 성장은 향후 리그 전체와 대표팀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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