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코치.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비교적 빠르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프로로 나아가게 되는 운동선수들. 때문에 은퇴 시기도 상대적으로 빠르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하는 제 2의 인생에 대한 설계를 비교적 이르게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5000m와 로드 10km 선수였던 지니코치(본명 이진이)에게도 새로운 삶을 고민하는 순간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 두며 직장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한 동안 무기력증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유튜브를 시작한 건 새로운 도전을 통해 그런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싶어서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선수를 그만 두고 나서 체육회에서 행정 업무를 했다. 사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나랑 잘 안 맞는다는 게 느껴지더라. 내가 왜 선수가 되고 싶어 했던 건지, 내 성향이 어떤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됐다. 업무가 나랑 너무 안 맞으니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내가 뭔가 도전을 하다 보면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선언효과 같은 것을 기대하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러닝 콘텐츠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본격적으로 러닝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선수 생활의 지니코치는 어떤 사람이었나.

"부상이 많았다. 그래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대회가 전국체육대회다. 각 시도대항으로 하는 경기인데, 선수들에게 정말 중요하다. 거기서 가장 포인트가 된는 부문이 로드 10km와 42.195km다. 때문에 선수들이 가장 많이 몰리기도 한다. 고등학생이 가장 길게 뛸 수 있는 거리가 10km다. 어중간했던 나는 5000m와 10km를 같이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대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등록금적인 부분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실업팀에서 1년 정도 있다가 대학교에 갔다. 체육 전공이었고, 등록금을 지원받는 대신 몇 몇 경기를 뛰어주는 조건으로 입학했다."

-육상 선수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가운데 어떤 쪽이 더 친근한가.

"아직 크리에이터라는 단어는 낯설다.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 수 2만 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는데.

"사실 채널 운영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전문적인 걸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편 달리기에 입문하는 분들도 영상을 많이 봐 준다. 때문에 전문적인 정보를 다뤄야 하는지, 달리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채널이 돼야 하는지 방향성이 고민이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달라진 게 있다면.

"몰랐던 나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 같다. 아직도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게 어색하긴 한데 그래도 점차 적응해 가고 있고. (웃음) 사실 나는 스스로를 수동적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을 그만두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보니 내 성향과 안 맞는 거다. 나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개발하고 펼치고 있는 거니까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콘텐츠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일주일 동안 매일 10km 달리기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이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됐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영상을 보고 10km 매일 뛰기에 도전하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은 선수가 아닌 사람이 하기에는 위험할 수도 있는 활동이다. 그 영상을 통해 '행동을 신중하게 해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다음 번에 그런 영상을 찍는다면 '무작정 따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러닝 크리에이터로서 자신만의 강점을 꼽자면.

"선수 출신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 온라인 채널을 열기 전에도 오프라인에서 계속 코치 활동을 했는데, 선수 출신이라고 하면 사람들 눈빛이 달라지더라. 그런 강점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선수 출신 중에 여자가 유튜브를 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이럴 땐 어떻게 달리면 좋을까.

"코로나19 터지고 나서 실내 운동을 못 하니까 오히려 야외에서 혼자 조깅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러닝에 더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는 것 같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좋지 않나. 단체 러닝은 자제하고 혼자라도 집 주변에서 조깅을 하면 어떨까 싶다."

-러닝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을 위한 조언을 해 준다면.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는 날을 잡아서 뛰면 좋다. 휴식 시간을 주면서 격일로 뛰면 좋다. 처음이 어렵지 막상 뛰고 나면 개운함을 느끼게 될 거다. 처음에는 거리나 시간을 굳이 정해서 하지 말고 뛰고 싶은 만큼만 뛰고 힘들면 걷기도 하고 그러는 걸 추천한다. 요즘 러닝 어플리케이션 잘 돼 있는 게 많으니까 3~5km 정도 뛰는 걸 목표로 우선 해 보다가 될 것 같으면 슬슬 거리를 늘려 나가면 된다."

-유튜버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뜬구름 잡는 것일 수도 있는데 지니코치 채널을 하며 나도 다시 마라톤에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들이 자식에게 '공부해'라고 말만 하는 것보다 공부하는 걸 보여줬을 때 자식들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나. 그런 것처럼 영상에서 '이거 하세요, 저거 하세요'라고 가르치기만 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마라톤을 뛰면서 시청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주고 싶다. 더 나아가서는 해외의 마라톤 문화를 배워서 한국 구독자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한국의 마라톤 문화들도 해외에 알리고 싶다."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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