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리쇼어링 지원 강화로 '제조강국' 도약 꿈꾼다
[포스트코로나]리쇼어링 지원 강화로 '제조강국' 도약 꿈꾼다
  • 김창권 기자
  • 승인 2020.05.28 16:21
  • 수정 2020-05-28 16:21
  • 댓글 0

신성장 동력화 및 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전략적 대응 필요
유턴기업 지원 위해 수도권 공장 입지규제 완화도
공사중인 평택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공사중인 평택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밸류 체인(GVC)'으로 불리던 중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리쇼어링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에 대한 기업들의 의구심이 커지자 국내에서도 ‘GVC 재편’을 대비하기 위해 제조산업에 대한 영향력 강화와 생태계 확대에 필요한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과거 ‘비용 절감’을 위해 기업들이 해외공장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의 안전성’이 더 절실지면서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 핵심 산업과 일자리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리쇼어링 정책이 산업 안전성 면에서 주요해졌다.

이런 와중에 미국 상무부는 지난 22일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 33곳을 선정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할 때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는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도 기술 패권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되는데, 실제로 화웨이의 주요 공급사인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5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히며 미국과 손을 잡았다.

기술 경쟁력이 중요한 시점에서 한국 및 중화권 등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처를 미국 본국으로 끌어오는 리쇼어링 정책과도 맞아 떨어지면서 이런 추세는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서 '리메이킹 아메리카'로 첫발

리쇼어링은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정책으로,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라는 슬로건 아래 법인세율을 기존 38%에서 28%로 낮추고, 모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의 이전 비용을 20%까지 보조해주며 유턴기업을 불러들였다.

트럼트 대통령도 미국 내에 20여개 혁신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전 비용의 20%를 세액 공제 형태로 지원하고, 법인세율도 21%까지 인하, 미국산 제품 구매 우대, 미국인 고용 보조금 지급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리쇼어링 전문 비영리기구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0년 추진된 리쇼어링 정책 이후 9년간 총 3327개 기업이 자사 공장을 미국으로 옮겼고, 34만7000여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방향 /산업연구원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방향 /산업연구원

코로나19에 제조업 리쇼어링 중요성 부각

산업연구원(KIET)은 ‘코로나19가 제조업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코로나 19의 팬데믹화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그 구조 개편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네트워크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급망 변동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주요 제조업은 심각한 수요 위축 발생했고 하반기까지 사태가 지속되면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화학 등 기간산업 전반 5%p 이상 수요 감소 충격이 올 것이라는 게 산업연구원의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 중심으로 매출 급감, 재고 및 운영비용 등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산업연구원은 “전략·핵심 산업의 공급망 자립화와 생산 기반 리쇼어링, 디지털 전환 및 산업 지능화 등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제조, 제조공장 국내 유턴 등을 통한 산업 생태계 고도화, 유망제품군의 성장동력화 및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 중인데,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제정한 이후 ‘유턴기업’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유턴기업이 되면 국내에서 처음 소득이 발생한 이후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100%, 추후 2년간 50% 감면해준다.

하지만 유턴기업이 되기 위해선 조건이 까다로워 해외에서 2년 이상 사업장을 운영하던 기업이 국내에 없던 사업장을 신설하거나,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하고 국내 사업장을 신·증설하는 기업,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에 법 제정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연 평균 10개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기업의 대부분은 현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경향이 높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60%가 현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지었던 만큼 당장 국내로 회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TV·가전 등의 부피가 큰 제품들은 보관·운송비 등의 비용이 높아 현지 생산을 통한 판매가 유리하기에 미국처럼 내수 시장이 큰 곳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의 동남아는 인건비가 국내에 비해 20%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소재나 부품 생산에 있어서는 생산 단가를 맞추기 힘들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산업통산자원부의 ‘해외진출 한국기업 현황’에 따르면 1만2590여곳이 해외에 진출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조나 생산을 담당하는 법인만 3248개에 달하며, 동남아로 진출한 기업들은 2225곳으로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부품, 섬유·피혁 등 주로 1차 생산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월·시화산업단지 /연합뉴스
반월·시화산업단지 /연합뉴스

그러나 리쇼어링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여전히 존재해 이에 대한 철폐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공업용지 조성 규모 규제다. ‘공장 총량제’로 인해 서울과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이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과밀억제권역은 공업지역의 위치변경만 허용하고 면적은 아예 늘릴 수도 없게 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해외공장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 촉진을 위해 국내 제조시설 신·증설의 걸림돌로 꼽히는 수도권 공장 입지규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턴기업을 위한 토지·공장 매입비와 설비 투자금액, 고용보조금을 지원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 분양가나 임대료의 경우 기업별로 최대 5억원까지 9∼40%를, 설비투자는 투자액의 6∼22%를 보조하고 있는데 추가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에겐 2년간 1인당 월 6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고용보조금도 금액을 확대하거나 지원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리쇼어링과 관련해 수도권 부지 문제 등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대체적으로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기업환경 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공장을 짓는 이유는 인건비 문제가 많고, 국내 공장들도 해외 노동자들이 다수 근무하는 환경으로 우수한 국내 인재들이 근무하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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