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찬헌(왼쪽)과 이민호.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LG 트윈스는 국내 선발진이 약한 팀이다. 원투펀치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이상 31)와 토종 에이스 차우찬(33)까지 수준급 선발투수 3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확실한 4·5선발이 없는 게 약점이다.

LG의 4·5선발 찾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LG가 상위권에 안착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4선발로는 임찬규(28)가 기회를 잡았다. 현재 3경기에 선발 등판한 임찬규는 18이닝을 소화하며 평균 6이닝을 기록했다. 2승을 올리며 나름 제 몫을 하고 있다.

류중일(57) 감독은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인 5선발 자리엔 2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른바 5.5선발 전략이다. 6명의 투수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짜는 5.5선발을 계획했다. 선발 후보들의 특성과 몸 상태를 고려해 정했다. 허리 수술 여파로 연투가 힘든 정찬헌(30)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2020년 1차 지명 신인 이민호(19)도 선발 수업을 받게 할 수 있는 묘책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정찬헌과 이민호를 한 번씩 번갈아 등판시키고, 등판을 마친 선수는 하루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올해는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가 열린다. 정찬헌과 이민호가 휴식일을 여유 있게 두면서 선발 등판 준비를 하면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가 생겨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류 감독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2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한 이민호는 5.1이닝 1피안타 4사사구 2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이민호를 ‘비밀병기’로 소개한 류 감독은 “데뷔 첫 선발 등판인데 너무너무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12년 만에 선발로 돌아온 베테랑 정찬헌도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첫 경기인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4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16일 키움 히어로즈전(6이닝 3자책), 27일 한화 이글스전(6이닝 3자책)에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쳤다. 특히 27일 한화전에선 2008년 5월 20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서 선발승을 거둔 이후 12년, 4390일 만에 선발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경기 후 정찬헌은 "지금은 선발 보직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예전처럼 힘으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진 못하지만, 노련한 투구로 이겨내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민호를 보며 겁 없이 던지던 신인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며 "(이)민호가 좋은 공을 던지고 있는데, 함께 10승을 합작하자고 이야기 나눴다"고 힘줘 전했다.

LG 선발진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첫 선발등판에서 난조를 보였던 에이스 윌슨은 그 뒤 3경기에선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는 등 본궤도에 올랐다. 차우찬과 켈리가 다소 부진했지만, 언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정찬헌의 말처럼 ‘5선발 듀오’가 10승 이상만 합작한다면 LG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11년 터울의 5선발 듀오 정찬헌과 이민호가 상위권으로 가는 꽃길을 열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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