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라면세점 제주점, 다음달 1일부터 1개월간 영업 중단...롯데 제주점도 셧다운
인천공항 임대료 추가대책 아직 무소식
지난달 7일 코로나 여파로 텅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 연합뉴스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면세점 업계가 고사위기에 쳐했다. 공항 면세점 이용객이 십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져 전폭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반응에 면세점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다음달 1일부터 1개월간 매장 운영을 중단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임대료 걱정이 덜한 온라인면세점이나 랜드마크 격인 서울점은 그대로 영업을 진행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제주점은 사실상 면세점 이용객이 없어 4개월을 버티다가 임시 휴점을 결정했다”라면서 “추후 연장여부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도 동일 기간 휴업에 돌입한다. 롯데면세점은 다음 달 1일부터 제주시 연동에 있는 제주 시내점 셔터를 내린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지난 2월부터 영업시간 단축, 근로인원 조정 등 자구책을 마련해 왔지만 최근 한 달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95% 급감해 장기 휴점을 진행하게 됐다.

인천공항 면세점 전경 / 인천공항 홈페이지

국내 대기업 면세업계가 제주 시내 면세 사업을 축소하는 이유는 코로나 여파로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및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급감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4월 대비 99.2% 하락한 1159명 수준이다. 매년 봄철만 되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제주도가 백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면세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약 1조873억원 수준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난 1월 2조247억원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추락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에는 3월보다 9% 더 떨어진 9867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전 세계가 자국 출입문 방역을 강화하고 사실상 하늘 통로를 막으면서 국내 4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1만명 대비 92% 줄었다. 지난 4월 면세점을 찾은 방문객은 35만명으로, 3월 58만명과 비교해도 약 40%나 내려갔다.

그나마 시내 면세점은 남아있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덕분에 간신히 숨 쉬고 있지만, 공항 출국장 면세점은 더욱 심각하다. 인천공항 기준으로 지난 3월 출국장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떨어졌다. 출국장 면세점 이용객은 올해 4월 2만3332명으로 지난 2월 80만명 대와 비교하면 두 달 만에 95% 이상 폭락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 변세영 기자

업계에 따르면 신라, 롯데, 신세계가 지난달 벌어들인 돈은 모두 합해 약 500억원에 불과하지만 한 달에 인천공항 임대료로만 838억원이 나간다. 여기에 인건비나 고정비용이 더해지면 매달 1000원 수준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 속 임대료 고정비 부담이 면세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다. 그동안 면세점 업계는 공항 면세점 매출급락에 따른 지원책으로 임대료 인하를 끊임없이 요청하면서 간담회만 3번이나 진행했다. 인천공항 측은 위기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20% 감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코로나 여파로 승객 감소에 따른 내년 임대료 인하 혜택을 포기하라는 제안이 나오면서 반발이 일었다. 면세점은 매년 여객수 증감에 따라 월 임대료를 9% 수준으로 조정하는 만큼, 이를 포기하면 사실상 11% 수준의 임대료 인하라는 소리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코로나 직후 6개월간 임대료를 50% 인하하고, 태국 공항이 20% 내린 것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업계가 어려움을 토로하자 인천공항 측은 지난 15일 3대 면세점 대표단에 추가 대책을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추가적인 지원책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 호텔신라 제공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가 시행되려면 공항공사와 외에도 최종적으로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상급기관인 이들 역시 지원책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인하 요율과 같은 정확한 세부 지침이나 타 공항과의 이해관계 등을 아직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면세점 관계자는 “추가 인하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도대체 지원 폭이 얼마나 되는지 기간은 얼마나 적용될 지 우리도 아는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분기는 1분기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지원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라면세점은 올 1분기 매출로 전년 대비 30% 줄어든 8492억원, 손실 490억원을 기록하며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롯데면세점은 매출 8726억원, 영업이익 42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38%, 96% 하강했고, 신세계면세점도 324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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