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이전 반대하는 노조...이유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반대하는 노조...이유는?
  • 김형일 기자
  • 승인 2020.05.29 15:01
  • 수정 2020-05-29 16:49
  • 댓글 0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와 업무 신속성·효율성 저하 우려
금융노조가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TF'를 출범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에 반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정부와 여당 등 정치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지난 28일 출범했다. 

지난 4월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자 이에 대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제3금융 중심지’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금융 중심지는 제1금융 중심지 서울과 제2금융 중심지 부산 외에 다른 지방 도시를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금융노조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지방이전 효과를 분석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국토연구원에 의뢰했고 조만간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라며 국책은행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져 TF를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TF에는 금융노조와 금융경제연구소, 금융노조 산하 산업은행지부, 기업은행지부, 수출입은행지부가 참여키로 했다. 금융노조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필사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도 드러내 향후 금융노조와 당·정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금융노조가 TF를 구성하며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와 업무의 신속성 및 효율성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해외의 경우 정책금융기관들이 수도나 금융 중심지에 모여있다”며 “금융업 특성을 무시한 채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정책 공조 면에서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며 “국책은행의 경우 정책금융관련 논의를 서울에 위치한 금융위원회와 진행하는데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신속성과 효율성이 모두 떨어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최근 국책은행들은 금융위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지원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국책은행의 업무 연속성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박 위원장은 “수출입은행의 경우 해외 바이어가 서울에 자리 잡고 있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업무적인 시너지 효과를 급격히 반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서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공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워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해온 공공기관 이전 사업에 대한 부작용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그동안 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꾸준히 진행돼 왔는데 공공기관 직원 가족 전체가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는 변화는 없었다”며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이는 직원들의 삶의 터전 자체를 바꿔버리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노조 산하 국책은행 지부도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국책은행 지방이전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는데 이럴 때마다 직원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기만하다”며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서 산업은행은 전북, 수출입은행은 전북과 부산, 기업은행은 대구로 이전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국책은행은 지방이전 후보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한편,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지방이전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의뢰한 용역 보고서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법안 발의가 된 상태도 아니다"라며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직원과 노조의 의견을 청취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논의가 되고 있는 지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TF를 출범했다./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TF를 출범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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