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8.371%)을 경신하며 종영한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이가 있다. 극 중 손제혁 역을 맡은 김영민이 그 주인공이다. 극 중 고예림(박선영)의 남편이지만 지선우(김희애)를 흠모하고 상습적으로 외도하는 캐릭터를 얄밉게 연기했다.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귀때기’로, 지난 3월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는 장국영으로 활약했다. 올해만 벌써 세 편의 작품으로 대중을 만난 셈이다. 김영민은 “대중에게 너무 감사할 뿐이다. 난 참 운이 좋다”며 웃었다.

-‘부부의 세계’의 신드롬적인 인기를 실감했나.

“(시청률) 숫자가 올라간 건 잘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스카이캐슬’과 비교해서 낸 걸 보니 잘 되긴 잘 됐구나 싶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그만큼 ‘부부의 세계’ 파급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부부의 세계’가 흥행할 거란 예감이 들었나.

“작품이 잘 될 것 같다는 예상은 했다. 모완일 감독님과 김희애 선배가 하니까 어느 정도 작품성 있는 게 나오겠다 싶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너무 감사하다. 으레 하는 말이 아니라 거의 초반부터 스태프들이 정말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다. 감정신이라든지 그런 게 있으면 방해 안 되게 배려해줬다. 시청률 잘 나오면 현장 분위기가 들뜨는 법인데 ‘부부의 세계’ 촬영장은 그렇지 않았다. 끝까지 진중하고 차분하게 했던 것 같다.”

-‘나의 아저씨’(2018)를 시작으로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부부의 세계’까지 흥행했다. 배우로서 뿌듯하겠다.

“‘불시착’과 연이어 ‘부부의 세계’까지 잘 돼서 살짝 겁도 난다. 배우일이라는 게 항상 잘될 수만은 없는데 괜히 기대감만 높아질까 봐. 한 걸음 한 걸음 잘 내딛는 것만이 답인 것 같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우리 팀이나 나나 떳떳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결국엔 내 일이고 결코 들뜨거나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채찍질하고 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운이 좋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바람이 습관인 손제혁 역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고자 했나.

“박해준(이태오 역)이랑 ‘너하고 나 중에 누가 욕먹을 것 같냐?’는 말을 많이 했는데 결국 해준이가 이긴 것 같다. (웃음) 해준이나 저나 ‘부부의 세계’를 통해 상처 받는 여성들이 많은 세계에서 옳지 않은 남자들의 표본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작품의 색깔과 어우러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하면서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나.

“힘들었다. 내 안에 있는 나쁜 마음을 최대한 끄집어내려고 했다. 친구들이나 주변에서나 경험했을 법한 남자들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모습들을 찾아가려고 했다. 손제혁은 바람 문제 뿐 아니라 사람 간에도 상처 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아내에게 ‘심심하면 개를 키워’라고 하지 않나. 그 대사가 손제혁을 제일 잘 표현해주는 말인 것 같다.”

-지선우 역 김희애와 베드신을 연기했는데.

“지선우는 1차적인 욕망을 넘어 사랑까지 갈 수 있는, 마음에 품은 인물이었다. 대본에는 서로 이겨먹으려고 하지만 지선우가 상황을 주도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 역시 베드신에서는 지선우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태오의 회계자료를 받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잠자리이지 않나. 흔하지 않은 불륜 장면이라 어려운 연기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걱정보다는 잘 해결됐다. 지선우가 침대에 눕히면 내가 다시 일어나고, 또 눕히면 일어나는 행동 때문에 ‘오뚜기’ 라는 말이 나왔더라. 덕분에 새로운 별명도 생겼어요. 귀때기에 오뚜기를 더해 ‘귀뚜기’라더라. (웃음)”

-‘부부의 세계’는 여러 부부의 면모를 통해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작품이 주는 의미가 있었을 듯하다.

“부부 간의 욕망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관계에 대해 잘 표현된 것 같다. ‘부부의 세계’가 이야기한 건 지붕 끝을 향해 내달리는 날카로운 관계다. 결국 끝에 가서 어떤 비극을 가져올 수 있는지. 이태오와 지선우는 아들을 잃는 상황까지 간다. 서로한테 어떤 관계든 날을 선 모습이 됐을 때 놓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부부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어떤 남편인가.

“보통 남자들과 똑같다. 아내를 무서워하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부부의 세게’를 하면서 나한테 세심한 면이 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드라마가 잘 돼서 아내도 매우 기뻐하고 있다.”

-2001년 영화 ‘수취인 불명’으로 데뷔 후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쌓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렸는데 슬럼프는 없었나.

“연극 무대에 섰을 때는 항상 힘들었지만 그래도 늘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대학로가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본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연기를 했기 때문에 계속 버틸 수 있는 힘도 생겼다. 하나하나 작품을 하면서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도 생겼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단 다음 달 초 개봉하는 영화 ‘프랑스여자’로 관객 분들께 인사드릴 것 같다. 그리고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사생활’ 촬영 중이다. 다음 작품도 잘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사진=매니지먼트 플레이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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