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실라키스 사장은 이미 해외로... 과거 아우디 디젤게이트 연루 사장과 흡사
수입차 시장에선 고속성장... 시민사회 노력엔 '글쎄'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시험대에 올랐다. 수입차 국내 판매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배출가스 조작 논란과 더불어 수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간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라 고객 신뢰도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부동의 1위... 논란 앞엔 무책임?

31일 자동차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27일과 28일 이틀 간 서울 중구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6일 환경부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량 14종 총 4만381대에 대해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최종 판단하고, 인증취소, 결함시정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며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이들 경유 차량에는 인증시험 때와는 다르게 실제 운행 시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들고,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의 작동이 중단되는 등 불법조작 프로그램이 임의로 설정돼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지난 21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들 업체의 법인·대표자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한 상태다.

벤츠코리아는 향후 환경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면서 문제가 제기된 기능을 사용한 데에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 대응하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의 태도는 그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과 거리가 멀어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그는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돼 9월 1일부터 미국으로 발령 받아 떠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습은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사장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2017년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은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사장은 관련 재판을 받던 도중 독일로 돌연 출국한 바 있다. 이에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2016년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2년간 판매가 중단됐지만 지난 논란을 비웃듯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심리가 줄어들었음에도 벤츠와 BMW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가 크게 뛰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가 2만294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9% 증가했다.

이 기간 왕좌는 메르세데스-벤츠에게 돌아갔다. 벤츠는 4월 총 6745대를 팔아 1년 전보다 판매가 3.1% 증가했다. BMW는 512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8% 증가하며 2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아우디(2043대), 폭스바겐(1345대) 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베스트셀링카는 폭스바겐의 티구안 2.0TDI(1180대)였다.

한국 시장 중요하다지만... 속빈 강정?

벤츠코리아의 수장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그간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벤츠의 수입차 최초로 연간 판매량 7만대 돌파, 4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등을 이룬 장본인이다. 여기에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으로 선정돼 지난해 신년에는 ‘재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들이 보내는 사랑에 턱없이 부족한 태도는 늘 도마 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취소가 됐지만 당초 예정돼있던 부산모터쇼를 앞두고 실라키스 대표이사는 “볼보, 폭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주요 모터쇼와 로컬모터쇼에 불참하는 등 마케팅 전략이 바뀌고 있다”며 불참 선언을 했다. 이에 압도적인 국내 판매에도 불구하고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극적인 투자도 아쉽다는 평이다. 벤츠 코리아와 벤츠 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보면 두 회사의 2019년도 배당금은 총 1380억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32.4%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지만 기부금은 30억5000만원 정도로 전년보다 3억8000만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벤츠의 한국시장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나 논란 등에도 벤츠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건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반면 논란에 수장이 적극 나서거나 한국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과 투자에는 의문과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한국 시장이 보내는 애정에 걸 맞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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