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美-中, 코로나19에 新냉전체제 첨예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美-中, 코로나19에 新냉전체제 첨예
  • 산업부
  • 승인 2020.05.31 14:21
  • 수정 2020-06-0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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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미국제재는 미약할 듯... 현지 기업보호 조치 선행할 듯
중계무역 거점 활용한 우리기업 타격 불가피... 장기적 관점에서 낙관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한스경제=산업부] 트럼프와 시진핑이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체제 선점을 놓고 과거 냉전체제를 방불케 하는 첨예한 대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에 트럼프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해 온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해 중국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전략이 본격화 되고 있다. 홍콩을 중계무역의 거점으로 활용해 온 우리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 강행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난해 왔던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 종식도 선언했다.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충돌해 온데 이어 홍콩보안법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끝이 안 보이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은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홍콩이 더는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중국은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며 "따라서 나는 홍콩의 특별대우를 제공하는 정책적 면제 제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와 관련, 홍콩과 맺은 모든 범위의 협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예외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현지 미국기업 피해 불가피해... 대중 제재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에서 강경대응을 시사했지만 홍콩에 대한 당장의 제재는 없어 보인다. 다만 그동안 누려온 혜택의 중단과 자치권 박탈에 참여한 중국과 홍콩의 주요인사들에 대한 표적 제재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우선 지난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의 중국 반환 후에도 본토와 달리 관세, 무역, 비자 등에서 누려온 특별지위를 줄여가는 수순을 미국이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정책법은 자치권을 전제로 홍콩에 대한 혜택 등 유대 관계를 규정했다. 홍콩이 충분히 자율적으로 유지되는 한 정치, 경제, 무역과 기타 분야에서 홍콩을 중국의 다른 지역과 분리해 취급하는 내용이다.

이날 발표는 홍콩의 자율권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어 더는 특별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미국은 홍콩에 대한 중국의 인권 침해 등을 견제하기 위해 작년 만든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에 따라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할 수 있다. 이 법들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미국에 유학하는 일부 중국인 대학원생들이 당장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들 중국 대학원 유학생들은 약3000~5000명 가량이다. 경제제재 등 직접적인 조치보다는 간접적인 효과로 압박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적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일부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중지한다고 밝혔고, 실제로 회견 후 관련 포고문을 발표했다.

이런 조치들은 미 정부가 '긴 목록'을 갖고 있다면서 광범위한 대중 제재 가능성을 내비쳐왔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 정부는 우선 국무부와 재무부 등 다양한 부처를 동원, 범정부 차원에서 '중국 옥죄기'를 위한 제재가 시작하고 후속 제재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곧바로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최후의 카드'를 내놓지는 않고, 절차를 시작한다는 입장을 밝혀 여지를 남겼다. 중국과 맺은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해서도 파기나 연계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별지위 박탈을 예고하면서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 약화와 경쟁력 상실을 강력히 경고하면서도 단박에 모든 것을 끊기보다 점진적 조처를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경제에 미칠 부작용도 최소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1300여개의 미국 기업에 당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라는 얘기다.

미국도 강경대응에 나서면 일정 정도의 위험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내 미국 기업들의 반발을 최소화 시키고 사전조치를 통보해 일정 정도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론에 이어 홍콩 사태까지 재선 전략 차원에서 강력한 '중국 때리기'에 나섰지만, 경제성과 위축 등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제재를 본격화하면 우리 기업 중 반도체를 홍콩으로 우회 중계무역을 했던 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무역협회는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제재를 본격화하면 우리 기업 중 반도체를 홍콩으로 우회 중계무역을 했던 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무역협회는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기업, 단기적 피해 vs 장기적 유리 전망도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우리 기업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가 분석한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홍콩도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의 추가 관세부담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홍콩이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이 상실되면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에게도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은 한국의 4위 수출국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액의 5.9%(319억1300만달러)를 차지한다. 홍콩은 총수입 가운데 89%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 거점으로 손 꼽힌다. 특히 총수입 중 50%가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이로 인해 한국과의 교역 규모도 상당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으로 수출하는 한국 제품 가운데 114%(하역료·보관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 기준)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고 이 중 98%가 중국으로 향한다. 한국은 홍콩을 낮은 법인세와 안정된 환율제도, 항만, 공항 등 국제금융과 무역·물류 허브 등의 이점으로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해왔다.

홍콩의 제재가 강화되면 당장 국내 반도체 산업에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제품이 기본적으로 무관세여서 대기업은 중국 직접 수출로 전환해 피해가 적겠지만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물류비용 증가, 대체 항공편 확보 어려움 등으로 단기수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반면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하는 물량 중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1.7%(2019년 기준)에 불과해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중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우리 기업 중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 광학기기, 철강 제품, 플라스틱 등의 업종이 수출의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중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이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당장 큰 폭의 제재조치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시간을 두고 수위를 높이려는 계산인 것 같다”며 “홍콩을 수출허브로 이용해 왔던 우리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사업철수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홍콩을 대신해 중국의 대미 수출허브로 발돋움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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