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흥련. /OSEN

[인천=한국스포츠경제 이정인 기자] 또 하나의 ‘트레이드 성공 신화’가 탄생할 조짐이다. SK 와이번스의 새 안방마님 이흥련(31)이 연이틀 ‘미친 존재감’을 뽐내며 팀의 탈꼴찌를 이끌었다.

SK는 지난달 3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서 6-4로 이겼다. 시즌 첫 4연승을 내달리며 16일 만에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SK는 2018년 3월 30일~4월 1일 대전 한화전 이후 791일 만에 한화와 3연전을 싹쓸이했다. 반면 8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는 올 시즌 처음으로 꼴찌의 불명예를 썼다.

지난달 29~30일 한화와 맞대결에서 총 17점을 뽑아낸 SK 타선은 이날도 응집력을 보여줬다. 한화 마운드를 두들기며 장단 10개의 안타를 터뜨렸다. 중심엔 ‘이적생’ 이흥련이 있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2 대 2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트레이드 직후인 지난달 30일 경기에서 선발 마스크를 쓰고 홈런 1개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9-3 완승을 이끌었다. 

SK 데뷔전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흥련은 이날도 선발 포수로 출장했다. 타순은 8번에서 6번까지 올라갔다. 경기 전 염경엽(52) SK 감독은 “이흥련이 승리에 이바지했다”며 “팀에 오른손 타자가 없어 6번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첫 경기서 달아오른 이흥련의 방망이는 이날도 식을 줄 몰랐다. 1회 우익수 뜬공, 4회 삼진으로 물러난 그는 5-5로 맞선 5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 김진영(28)을 상대해 5구째 시속 131km 체인지업을 잡아 당겨 역전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비거리 120m짜리 대포였다. 이흥련이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건 데뷔 이후 처음이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이 6개인 그가 SK 이적 후 2개를 쏘아 올렸다. 

이흥련에게 SK는 프로 세 번째 팀이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전체 47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그는 두산 베어스를 거쳐 SK로 이적했다. 삼성과 두산에서 뛸 때는 쟁쟁한 포수가 많은 팀 사정 때문에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두산에선 제3의 포수에 그쳤다.

SK는 부상으로 이탈한 주전 포수 이재원(32)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비력이 좋은 이흥련을 영입했다. 이재원의 복귀 뒤에도 백업 포수 경쟁으로 포수진의 동반 기량향상 효과를 낼 것을 기대했다. 

이흥련은 SK가 기대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활력을 불어넣으며 기대에 120% 부응하고 있다. 과거에도 환경이 바뀐 뒤 잠재력을 만개한 선수들이 있었다. 이흥련도 트레이드 성공 사례를 써내려 갈 채비를 마쳤다. 경기 뒤 만난 그는 “이틀 연속 홈런을 쳤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적이 처음이어서 얼떨떨하지만, 기분은 좋다. 무엇보다 (박)종훈이가 승리 투수가 되는 데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언급했다.

이흥련의 홈런에 힘입어 흐름을 가져온 SK는 6회 말 노수광(30)의 3루타와 김강민(38)의 희생플라이로 6-4로 도망갔다. SK 선발 박종훈(29)은 6이닝 4피안타(1홈런) 3볼넷 4실점(3자책)으로 호투했다. 필승조 서진용(28), 김정빈(27), 하재훈(30)도 1이닝씩 나눠 맡으며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시즌 2승을 올린 박종훈은 한화전 12연승을 이어갔다.

이날 승리로 염경엽 감독은 역대 15번째 통산 400승을 달성했다. 경기 뒤 선수단은 염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염 감독은 “(이)흥련의 홈런으로 승리의 기운을 가져올 수 있었고, 야수들이 전체적으로 득점 기회에서 집중하며 점수를 뽑아줘 승리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 통산 400승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코치진과 선수들에 감사하다. 하지만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앞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대구에선 선두 NC 다이노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18-4로 대파하고 연패를 끊었다. NC 선발 구창모(23)는 6이닝 1피안타 1볼넷 6탈심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삼성 최채흥(25)과 왼손 영건 맞대결에서 완승했다. NC 타선은 장단 17안타를 작렬했다. 권희동은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광주에선 LG 트윈스가 KIA 타이거즈를 13-4로 완파했다. LG 타선은 20안타를 때려내며 KIA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채은성(30)과 유강남(28)이 나란히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인천=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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