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팀에서 '체격 키워서 와라' 주문… 20㎏ 찌웠죠"
올 시즌 SK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좌완 투수 김정빈. 그는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다. /OSEN

[인천=한국스포츠경제 김준희 수습기자] ‘미스터 제로’ 좌완 투수 김정빈(26)은 올 시즌 SK 와이번스 최고 히트 상품이다. 2017년 2경기 출전해 3이닝 평균자책점 9.00 기록이 전부였던 그는 올해 12경기에 나서 12.1이닝 동안 3홀드 탈삼진 14개, 평균자책점 ‘0’을 마크하고 있다.

어느덧 필승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염경엽(52) SK 감독은 지난달 31일 한화 이글스와 경기를 앞두고 김정빈에 대해 “제가 계획했던 것보다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기 위치에서 제 구실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좌완 승리조로 활약한 게 벌써 3주 정도 됐다”고 평가했다.

입단 7년 만에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스스로도 이런 관심이 낯선 모양이다. 지난달 31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그는 예상보다 사람이 많았는지 “이런 인터뷰인지 몰랐다”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색해하던 분위기도 잠시, 취재진의 질문에 패기 있게 답변을 이어갔다. 최근 활약에서 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비결을 묻자 가장 먼저 최상덕(49) 투수코치를 언급했다.

김정빈은 “유능하신 최상덕 코치님께서(웃음) 제게 맞는 투구 동작과 기본기를 잘 알려주셨다”며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자신 있게 던져라’는 말에 꾸준히 반복 연습을 하다 보니 좋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두 번째 비결은 ‘마음가짐’이다. 그는 “그 전에는 볼넷 하나 주면 기 죽고 눈치 보는 게 있었다”며 “군대를 갔다 와서인지, 나이를 먹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눈치를 안 보게 되더라.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순히 마음가짐만 달라진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김정빈은 2017시즌 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했다. 피나게 노력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는 상무 시절을 “이를 갈았다”고 표현했다. “잘하려면 몸부터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찌웠다”며 “남들은 먹으면 포만감을 느껴서 행복하다고 하지 않나. 저는 먹는 게 괴로웠다. 고통스럽지만 살을 찌우기 위해서 매일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먹는 것과 더불어 웨이트 트레이닝도 착실히 했다. 그 결과 70㎏ 초반이었던 몸무게는 어느덧 90㎏이 됐다. 체중이 실리면서 공에도 힘이 붙었다. 김정빈은 “공 스피드는 원래 빨랐는데 힘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단에서 (군 복무하는 동안) 체격을 키워서 나오라고 했다”며 “제가 ‘이만큼 좋아졌다’는 걸 팀에 보여주고 싶었다. 체격도 키우고 연습도 많이 했다. 전역해서 처음 던지는데 ‘직구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제대 직후를 떠올렸다.

칼을 갈고 닦긴 했지만 실전에서 통할 거란 장담은 없었다. 김정빈은 걱정이나 불안 대신 매 경기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면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던지자고 생각했다”며 “한 경기, 두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지금까지 성장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2013년 팀에 입단한 선수 중 유일한 생존자다. 동기들이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유니폼을 벗었다. 김정빈은 “친구들이 떠나가서 처음엔 외로웠지만 이제는 괜찮다. 지금도 연락이 온다”며 “‘잘하고 있다’면서 ‘2013년 SK 신인의 유일한 희망이니까 정신줄 잡고 잘하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동기들의 이름을 등에 업고 ‘책임감’으로 무장한 김정빈이 이제 SK에 없어서는 안 될 ‘믿을맨’이 됐다.

인천=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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