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실책과 볼넷이 연장 11회까지 이어진 혈투의 승패를 가르며 롯데 자이언츠가 지긋지긋한 연패에서 탈출했다. 

롯데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 연장 11 초 나온 이대호의 밀어내기 볼넷과 안치홍의 적시 2타점 등을 앞세워 8-3 승리를 거뒀다. 스코어 보드만 놓고 보면 양팀 합계 11점이나 난 타격전 양상이지만 속살을 들여다 보면 롯데의 '물방망이'와 두산의 불펜 붕괴가 만들어낸 졸전에 가깝다.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 이후 4연패, 지난해 8월17일 두산 전 이후 잠실구장 6연패 수렁에 빠져 있는 롯데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에이스 스트레일리를 마운드에 세웠다. 두산 역시 에이스 플렉센으로 맞불을 놨다. 

경기 초반은 양 팀 선발의 위기 관리 능력이 빛났다. 매 이닝 루상에 주자가 나갔지만 4회 두산이 선취점을 내기까지 홈으로 돌와오지 못했다. 4회 두산은 박건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롯데는 5회 곧바로 반격하며 2점을 뽑아냈다. 롯데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기 보다는 플렉센의 흔들린 제구와 유격수 유지혁의 송구 실책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7회 롯데의 추가점도 볼넷이 발단이 됐다. 2사 후 연이어 나온 볼넷 2개와 포일로 2사 1, 3루의 기회를 맞은 롯데의 4번타자 이대호는 3루 깊숙한 내야 안타로 추가 타점을 올렸다. 3-1. 롯데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8회 공격에서 두산은 박건우의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연장 11회 초 안치홍이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는 이틀 연속 연장으로 돌입했다. 연장전 승부 역시 실책과 볼넷이 갈랐다. 3-3으로 맞서던 11회 초. 롯데 1번 타자 민병헌은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을 치고도 유격수 포구 실책으로 살아 나갔다. 이어 전주우마저 볼넷을 얻어냈고 손아섭이 적시타로 순식간에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바뀐 투수 이형범의 제구력 난조를 틈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을 기록했다. 두산의 무너진 불펜은 롯데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다. 안치홍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며 2점을 헌납한데 이어 마차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또다시 실점했다. 여기에 한동희의 좌익수 앞 안타로 안치홍마저 홈을 밟았다. 11회 초에만 5점을 뽑아내며 빅이닝을 이끈 롯데는 결국 두산에 8-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개운치 못한 뒷맛이 남는 경기다. 롯데는 정규이닝 동안 무려 9개의 볼넷을 얻어내고도 단 4안타의 빈타에 허덕였다. 상대 마운의 제구력 난조와 실책에도 확실하게 도망가는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단적으로 1번 타자 민병헌은 이날 첫 타석부터 연이어 세 차례나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 플레이트를 밟지 못했다. 롯데의 물방망이와 마운드가 붕괴된 두산이 만든 씁쓸한 5월의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 후 허문회 롯데 감독은 "연패를 끊기 위해 경기 끝까지 집중력 발휘한 모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잠실구장=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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