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남 부럽지 않은 전북에 커다란 고민거리
조세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K리그1 전북 현대가 오랜 시간 ‘1강’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더블 스쿼드 구축이다. 시즌이 끝나면 경쟁팀 ‘에이스’를 영입해 선수층을 두껍게 한다. 다른 팀과 비교해 압도적인 전력은 긴 시즌을 치르는 데 유리하다. 시즌 중ㆍ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더블 스쿼드가 빛을 발한다.

남 부럽지 않은 전북에도 고민거리가 있다. 우수 자원을 영입하는 만큼 많은 선수가 시즌에 앞서 팀을 떠난다. 2년 차에 접어든 포르투갈 국적 조세 모라이스(55) 감독 체제 아래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맹활약하는 아이러니도 발생한다. 모라이스 감독이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K리그1 최초의 4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전북이 ‘모라이스 딜레마’에 빠졌다.

2020시즌을 앞두고 고무열(30), 김승대(29ㆍ이상 강원FC), 한승규(24ㆍFC서울)가 전북을 떠났다. 이중 김승대와 한승규는 지난해 모라이스 부임 이후 전북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한 시즌 만에 전북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임대 이적했다. 국가대표에도 종종 승선하는 김승대와 장래가 밝은 한승규가 전북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할 정도로 전북의 2선은 쟁쟁했다. 시즌 개막 이후 고무열과 김승대는 ‘병수볼’로 대표되는 김병수(50) 감독의 강원에서 새 출발을 알렸다. 한승규도 유망주 육성에 탁월한 감각을 보이는 최용수(47) 서울 감독에게로 갔다.

마침내 시즌이 개막하자 ‘탈(脫)전북’ 선수가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현 소속팀 주력으로 거듭났다. 김승대는 3경기에 나와 1골 2도움을 올리며 ‘병수볼’ 중심으로 떠올랐다. 고무열도 지난달 30일 전북과 4라운드 홈경기에 선발로 나와 전반 36분 친정팀을 1-0으로 격파하는 결승골 주인공이 됐다. 벌써 시즌 2호골이다. 한승규 역시 지난달 17일 광주FC와 2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19분 한찬희(23)의 결승골을 도우며 비상했다.

언제라도 제 몫을 해내는 선수가 전북에선 후보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축구팬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탈전북’ 선수가 오히려 경쟁팀의 ‘에이스’가 되자 모라이스 감독 전술에 의구심이 쌓이기 시작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지난해 K리그1 최우수선수(MVP) 김보경(31)을 구니모토 다카히로(23ㆍ일본)와 함께 로테이션 멤버로 활용하는 것을 두고도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전북이 3연승을 달리다 강원 원정경기에서 패하자 모라이스 감독을 둘러싼 잡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모라이스 감독은 초연하다. 강원전을 마친 뒤 “전북은 한 경기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다”며 팀이 흔들린다는 억측을 잠재웠다.

전북은 지난 시즌 극적인 우승으로 K리그1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올해 또다시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 위해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이뤄냈으나 완성 단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전임 최강희(51ㆍ상하이 선화) 감독 체제에서 더블 스쿼드만큼이나 빛난 조직력이 와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극복할 과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해 올 시즌 치른 6경기에서만 벌써 5명이 경기 중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했다. 수비 조직력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떠난 선수가 재평가받고 팀 장악력에 물음표가 달리는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모라이스호가 사상 첫 4년 연속 우승으로 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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