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승 1패, 승점 12로 리그 1위
경기 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부천FC 선수단. /OSEN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13년을 기다린 ‘복수혈전’은 패배로 빛이 바랬다. 그러나 그들은 더 높은 곳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2(2부) 부천FC가 단독 선두로 올라서면서 1부 리그 승격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다.

부천은 지난달 3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5라운드 수원FC와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현일(26)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날 결과로 부천은 시즌 4승 1패 승점 12로 리그 1위에 올라섰다.

의미가 남다른 지표다. 부천은 지난달 2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일전에서 0-1로 패했다.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뜻이 담긴 맞대결이었다. 부천은 제주의 전신인 부천 SK가 2006년 연고 이전한 뒤 2007년 창단한 팀이다. 서포터즈에 민감한 지점인 연고지 문제로 얽혀 있어 제주와 관계가 복잡했다. 그간 서로 다른 리그에 머물러 마주칠 기회가 없었지만, 제주가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2로 강등되면서 마침내 역사적인 매치업이 성사됐다.

벼르고 별렀던 승부. 잘 버텼지만 후반 45분 제주 주민규(30)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비록 오랜 시간 기다린 복수는 실패했지만 부천은 올 시즌 물오른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시즌 전 부천이 선두 싸움을 할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전력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리그를 주름잡는 스타 플레이어나 화려한 경력을 지닌 외국인 선수도 없다.

경기 중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송선호 부천 감독. /OSEN

송선호(54) 부천 감독은 초반 잘나가는 비결로 ‘원 팀(One Team)’ 정신을 꼽았다. 송 감독은 지난달 31일 수원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하나로 거듭난 게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참과 후배, 너 나 할 것 없이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절실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그게 승리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짐했던 목표가 실현되고 있다. 송 감독이 지난해 동계훈련에 돌입하며 강조한 단어가 바로 ‘원 팀’이다. 당시 그는 “‘원 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소통하며 팀을 이끌어나가겠다”며 “2020시즌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 감독이 그려온 그림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했다. 확실히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시선이 어디에 닿아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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