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우리 사회의 부작용 중 하나로 성과지상주의가 꼽힌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고, 성공을 거둬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식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 적어도 야구 팬들은 이런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와 닐슨코리아의 설문 조사 결과 KBO리그 팬들은 응원팀의 승리 못지 않게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에 행복과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팬심(心)은 팀 성적에 좌우된다’는 그동안의 통념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응원팀 때문에 행복한 이유’에 대해 팬들의 1~3순위 선택을 합산했을 때 ‘열심히 하는 모습’이 23.9%로 1위를 차지했다. ‘많은 승리’는 19.5%로 2위로 밀려났다. 승리도 좋지만, 지더라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투혼에 팬들은 더 큰 박수를 보냈다.

남성과 여성의 선택은 조금 달랐다. 남성은 ‘열심히 하는 모습(24.1%)’과 ‘많은 승리(21.6%)’의 비율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반면 여성은 ‘열심히 하는 모습’이 23.1%로 가장 많았고, ‘베테랑들의 활약(17.4%)’과 ‘많은 득점(16.4%)’ 다음으로 ‘많은 승리(13.3%)’에 표를 던졌다. 나이별로는 20대, 40대, 50대가 모두 ‘열심히 하는 모습’을 1위로 꼽았으나, 30대는 유일하게 ‘많은 승리’가 22.2%로 가장 많았다.

팀별로는 롯데(31.7%)와 kt(27.0%) 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높은 지지를 나타냈다. ‘많은 승리’에 더 많은 표를 던진 구단 팬들도 있었다, NC 팬의 25.3%, KIA 팬의 23.5%가 팀 승리를 첫 손에 꼽았다. LG는 많은 승리와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각각 21.2%로 같았다.

팀에 오랫동안 몸 담은 노장들과 이제 막 빛을 내기 시작하는 신인들에게서 느끼는 행복감도 크다. ‘베테랑들의 활약’이 13.6%로 3위에 자리했고, ‘신인들의 활약’도 10.8%의 선택을 받았다. 이는 팬들을 끌어 모으려는 각 구단의 마케팅 전략에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에 대한 행복감은 SK가 19.7%로 가장 높았고, 신인의 경우에는 막내 구단 kt가 17.5%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많은 득점’과 ‘역전승’이 나란히 12.8%로 4위를 차지했다. ‘적은 실점’에 행복감을 느끼는 팬도 6.1% 있었다.

한편 팬들의 1순위 선택만을 집계했을 때는 ‘많은 승리’가 39.2%로 1위에 올랐다. ‘열심히 하는 모습’은 36.5%로 뒤를 이었고, ‘많은 득점(9.0%)’과 ‘역전승(5.9%)’이 3, 4번째로 많았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한국스포츠경제 의뢰로 닐슨코리아에서 지난 8월8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 서베이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응원하는 야구팀이 있으면서 2016년 1회 이상 야구장을 방문했거나 TV, 모바일 등을 통해 주 1회 이상 야구 경기를 관람한 사람이며, 표본수는 500명(응원구단별 50명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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