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LPGA E1 채리티 오픈 우승자 이소영 단독인터뷰
이소영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지난달 3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이소영(23)이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말투 하나로 의외로 잘 되기 시작했다(오시마 노부요리 저)’이다. 이 책은 ‘안 되는 말’에서 ‘되는 말’로 바꾸면 모든 게 좋아진다는 말의 힘을 다뤘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회를 부르는 긍정의 말투가 있는가 하면 불안을 부추겨 될 일도 안 되게 하는 부정의 말투가 있는 것이다.

이소영은 말과 긍정의 힘을 믿고 있다. 그는 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말투를 조금 더 예쁘게 하면 복(福)이 오지 않을까 해서 그 책을 읽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 관계자들도 놀란 멘탈

독서와 긍정의 힘으로 다져진 이소영은 전 라운드에 걸쳐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해냈다. 2015년 투어에 입회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8년 9월 올포유 챔피언십 이후 약 20개월 만의 우승이었다. 1, 2라운드 때보다 3, 4라운드 때 버디를 많이 잡아내지 못했지만, ‘지키는 골프’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소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박시현(32) 미디어 프로는 “마지막 날 굉장히 차분했다.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으며 버디가 많이 나오지 않아도 웃으면서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재열(60) SBS 골프 해설위원은 “4라운드 1, 2번홀에서 위기를 맞았지만 멋지게 탈출했다.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냈다. 잘 풀리지 않았던 3, 4라운드 때도 꾸준히 파를 하며 자기 경기를 했다. (함께 플레이 한) 어린 선수들에게 인내심을 가지면 좋은 경기를 해나갈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고 짚었다.

이소영은 “선두로 달리면서 3, 4라운드에 임했는데 저보다 어린 선수들하고 플레이 했다. 그 선수들이 잘 쳤는데 제가 침착하게 해서 그나마 잘 마무리된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신인 때만 해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후회가 드는 큰 실수들을 종종 저질렀다. 그땐 110% 스윙을 했다. 그런데 5년 차가 된 지금은 공격할 땐 공격하는 등 전략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제는 템포 조절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본인 SNS

◆실전 감각 익힌 제주 특훈 효과

2018시즌 다승왕(3승)에 올랐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대상 포인트(134점)와 상금(2억5370만8874원), 평균최저타수(68.6364타) 부문에서 1위로 도약했다. 지난해 이벤트 매치(LF 해지스 포인트 왕중왕전)를 제외하고 우승이 없었던 것과 관련해선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 우승 기회가 있었는데 마지막 날 아쉽게 뒤집혔던 적이 정말 많았다. 올포유 챔피언십 우승 이후 더 잘해봐야겠다는 욕심을 내면서도 잘 안 풀렸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스윙 부분은 그때와 지금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쇼트 게임 부분에서 좋아지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우승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고 힘주었다.

지난 4월 진행한 소속팀 롯데 골프단의 특별 훈련도 주효했다. 그는 “제주 훈련에서 쇼트 게임 능력을 많이 보완하려고 했다. 선수들끼리 항상 내기 등 경쟁 구도로 임하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것도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즌 재개가 늦어진 것을 두곤 “체력 훈련과 샷 연습 시간이 많아진 것은 좋았는데 반대로 대회가 너무 없다 보니 기다려지기도 했다. 재개 후 첫 대회인 KLPGA 챔피언십(4위)에 나갔을 때 1, 2라운드에서 공이 잘 맞지 않았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소영이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훗날 LPGA 투어 진출도 목표

이소영은 성공하는 프로골퍼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 관록 있는 정상급 골퍼들의 경우 강한 멘탈을 가졌으며 훈련할 때도 강약 조절에 능하다. 양보단 ‘질’을 중요시하는 셈이다. 이소영 역시 “집중할 땐 하고 다른 시간은 잘 논다. 이번 대회 기간에도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11회까지 다 보면서 재미있게 공을 쳤다”고 웃었다. 그는 “스윙을 고칠 땐 제가 생각하지 않아도 그 스윙이 나오도록 반복적이고 오래 훈련한다. 그러나 자신감만 찾고 대회에 나가야 할 땐 짧은 시간 집중해서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투어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소영은 “올 시즌 목표는 1승이었는데 달성을 했다. 목표를 상향 조정해 2승으로 잡았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고 싶고 평균최저타수상이나 대상 등 타이틀 하나 정도도 따내면 좋겠다”라면서도 “다만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욕심을 내면 더 안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체력이나 멘탈 상태는 좋은데 샷과 퍼트는 더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김재열 위원은 “E1 채리티 오픈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정신력이라면 올해 이소영을 주목할 만하다”고 기대했다.

이소영에게 향후 해외 진출의 목표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코로나19 탓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나이로 봤을 땐 아직까지 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가게 되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가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소영은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동안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스카이ㆍ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 출전한다. 2일 오전 제주에 도착한 그는 “우승하고 난 다음 주는 기분이 고조돼 있고 심적으로도 복잡하다. 메인 후원사 주최 대회인 만큼 열심히 하겠지만 목표는 일단 예선 통과로 잡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소영이 축하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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