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채희봉 사장, 카타르 한국산 진단키트 요청에 발 벗고 나서
QP에 코로나19 진단키트 50억원 규모의 수출이 도움
현대중공업그룹의 LNG선 /현대중공업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국내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 페트롤리엄(QP, Qatar Petroleum)과 사상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수주 절벽이라는 어려움을 겪는 조선업계가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QP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국내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의 아낌없는 지원이 빛을 봤다는 얘기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QP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계약을 맺었다. QP는 2027년까지 국내 조선 3사로부터 100척 이상의 LNG선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는 LNG선 프로젝트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QP는 우선 2027년까지 이들 3개 조선사의 LNG선 건조공간(슬롯) 상당 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사업의 경우 정식 발주 전에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이번 계약은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과 북미의 LNG 프로젝트 등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QP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이들 3사와 향후 7~8년 동안 100척이 넘는 LNG 운반선을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톤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하고, LNG 운반선도 70여 척에서 190척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LNG 증산과 함께 대규모 운반선 발주로 이어졌다.

이날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된 계약 서명식에는 사드 셰리다 알카비(Saad Sherida Al-Kaabi)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겸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QP 회장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한국가스공사 제공

카타르에 지원 나섰던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의 안목

이번 LNG선 수주에 앞서 지난 3월 24일 사드 셰리다 알카비 회장은 한국가스공사의 채희봉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구매를 위한 협조를 긴급 요청했다.

카타르는 5월 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만6000명에 이른다.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던 시점에 한국산 진단키트의 우수성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카타르 역시 한국산 진단키트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알카비 회장은 채 사장에게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채 사장은 긴급회의를 열고 임직원들과 함께 진단키트 구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진단키트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물량 확보가 어려웠던 상황이었고, 채 사장과 임직원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 등을 수소문하며 물량을 대 줄 수 있는 업체를 직접 컨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가스공사는 어렵사리 진단키트 제조업체 바이오니아를 섭외했다. 채 사장은 대전에 있는 바이오니아 본사를 직접 찾아가 박한오 대표에게 “카타르는 가스공사뿐 아니라 한국에 중요한 고객이니 꼭 필요한 만큼의 진단키트를 공급해 달라”고 설득했다.

채 사장의 노력 끝에 바이오니아는 지난달 6일 QP와 코로나19 진단키트 5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니아는 카타르에 코로나19 분자진단장비 18대와 분자진단키트, 핵산추출시약 등의 제품을 수출한다.

당시 바이오니아도 이미 50개국과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맺은 상황이었지만, 채 사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박 대표 역시 공급업체 가운데 카타르를 우선순위로 삼고 지원에 나서면서 빠른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채 사장은 “그간 한국가스공사와 QP가 맺어온 오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위기 대응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뿌듯하다”며 “한국 바이오업체의 우수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측은 LNG를 수입하면서 거래 관계를 쌓았던 인연이 빛을 본 것이라며, 진단키트 수출 이후 알카비 회장은 서한을 통해 “이번 계약 주선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가 보여준 노력에 감사하고, 채 사장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 같은 국내의 지원이 LNG선 수주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타르는 신뢰를 중요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 진단키트 지원 요청 당시 채 사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번 신규 LNG선 수주는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지 모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NG선 생산 기술 능력이 우수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국이 최근 무서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수주 소식은 미래 시장을 다시금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 공급을 도운 것처럼 국내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는 얻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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