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행 경비원, 부당한 업무지시와 갑질로 고통 호소
은행 경비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와 갑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1. 한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A씨는 원치 않았지만 은행원의 요청으로 고객의 통장 가입신청서를 사복으로 갈아입고 대리로 서명했다. 은행원들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휴가도 3주 전 선착순으로 신청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은행원들의 노타이가 공식화됐음에도 더운 여름에 넥타이를 착용해야 했다.

#2. 다른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폭언과 사적인 심부름에 고통받고 있다. 지점장이 전표관리와 작성을 지시하면서 고함을 치는 것은 부지기수고, ‘넌 생각은 하고 일하니’ 같은 모욕적인 말도 고객들 앞에서 들었다. 지점장을 위한 칫솔 심부름 등 사적인 업무도 해야 했다. 

#3. 또 다른 은행 경비원 C씨는 근무시간에 앉지 못하고 계속 서 있는다. 지점장이 식사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서서 고객을 맞으라고 지시해서다. 하루는 실수로 지점장 자동차에 커피를 쏟았는데 세차를 하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은행 경비원(청원경찰)에 대한 은행원들의 갑질이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은 부당한 갑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은행 경비원 중 일부는 부당한 업무지시와 갑질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경비원들은 은행원들의 사적인 심부름부터 폭언까지 감당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경비원은 "은행원들이 실적을 위해 원치 않는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했다"며 "고객의 금융상품 가입서류에 대리서명까지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비업법 제15조의2 제2항에는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은행 경비원들은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이태훈 은행경비노조준비위원장은 “은행 경비원들은 법이 정하는 경비 업무 외에 ATM(현금입출금기) 고객 업무, 동전 정리 업무, 영업점 청소, 개인 심부름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은행이 용역업체를 통해 은행 경비원을 간접 고용해 부당한 일이 있더라도 문제를 쉽게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 문제를 주로 다루는 유재원 메이데이 대표변호사는 “은행경비원에 대한 부당한 업무 지시와 폭언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경비업 특성상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이고 해당 사업장의 지시나 관리·감독을 따라야 하지만 이는 영업점 관리 등 경비 업무에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들은 은행 경비원에 대한 일부 부당한 업무지시와 갑질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매주 경비대장 회의를 열어 은행 경비원 현안과 현장의 소리를 공유하고 있다. 경비대장들은 담당 지역별 현장점검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경비업법에서 정하는 업무범위에서 벗어나는 업무지시가 확인될 경우 바로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은행 경비원 적법 운영을 위해 문서를 발송해 전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 수시로 영업점을 방문해 경비업무에 전념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원과 용역업체에 수시로 경비원이 해야 할 업무와 하지 말아야 할 업무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현금수송차량이나 외부 고객에게 현금 전달 시에는 은행원이 은행 경비원과 동행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은행 경비원 고충처리 직통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경비원들이 불합리한 업무를 지시받은 경우 무기명으로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관련 내용은 전 영업점에 공유되며 영업점 자체적으로 예방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경비원에 대한 은행원들의 갑질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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